문재인 캠프는 반대, 이재명 안희정 최성은 찬성으로 무산될뻔한 충남지역 대전토론회가 진통 끝에 성사됐다. 문재인 캠프측과 중앙당 선관위의 ‘책임 떠넘기기’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던 더불어민주당 대전·충남 지역에서 대선주자 토론회가 우여곡절 끝에 26일 추가 개최될 예정이다.

문재인 캠프측에서 반대 의사를 내놓으면서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 또한 모호한 입장을 취하던 대전충남 토론회에 대해 선관위 부위원장인 김상희 의원이 25일 오후 늦게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대선주자들과의 협의를 거쳐 내일(26일) 오후에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고 밝혀 천신만고 끝에 대전 충남 토론회가 개최되게 됐다.

▲ 문재인(좌로부터) 이재명 최성 안희정 더불어민주당 충북 토론회가 지난 25일 충청북도 청주시 소재 청주MBC방송국에서 진행된 가운데 충남 대전 토론회 개최를 놓고 문재인 후보를 안희정 이재명 최성 후보가 강하게 압박했다.

애초 민주당은 이날 충북 청주에서 MBC충북이 주관하는 충청지역 토론회를 대전·충남·충북에 송출하려 했으나 방송사와의 협의가 여의치 않아 이날 청주 MBC에서 열린 토론회는 충북에서만 시청이 가능했다.

당 선관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전·충남과 충북을 가시청권으로 하는 방송 토론회를 추진했으나 충청권은 방송사와의 협의 과정에서 대전·충남 방송사의 제작편성 거부 등으로 MBC충북에서 토론회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또한 “애초 대전MBC가 제작편성 의사를 밝혀 협의를 진행하다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해 MBC충북과 협의해 충청권 방송토론회가 결정됐고 이는 후보 측 대리인에게도 통보했다”고도 설명했다.

이재명 후보측 김병욱 대변인은 즉각 반발했다. 안희정 최성 후보 측도 마찬가지다. 김병욱 의원은 이날 “문재인 후보는 무엇이 두려워서 토론회 참가를 그토록 기피하는지 모르겠다”면서 “국민의 알권리는 안중에도 없는 후보”라고 문재인 후보측을 맹렬히 비판했다.

문재인 후보에 대한 불만은 안희정 최성 후보측도 마찬가지였다. 대전·충남 지역 유권자는 대선주자 간 토론회를 보지도 못하고 경선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정도는 다르지만 모든 후보 측은 공동으로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특히 대전·충남 지역에 기반을 둔 안희정 지사 측의 강훈식 의원은 전날 논평에서 “당 선관위가 방송 이틀 전인 23일에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움직인 것은 직무유기”라며 “충남·대전 지역 국민을 빼고 대선을 치를 수는 없다”고 대전충남 토론회 무산을 ‘문재인 측과 당이 서로 떠넘기기’ 행태를 비난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측 핵심관계자도 “경선 참가자들의 알 권리와 후보 선택권을 상당히 침해하는 처사로 어떤 형태로든 보완돼야 한다”고 크게 반발했다.

반면, 문재인 전 대표 측 권혁기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대전·충남 지역에서만 별도로 토론회를 하면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만큼 대전·충남 방송사가 토론을 방송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지만, 내심 문재인 후보측에선 25일 청주 토론회가 시작될 당시까지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권혁기 부대변인은 다시 “대전·충남이 정치적 기반인 안희정 지사도 대전·충남 방송사의 토론 중계 성사에 힘을 모을 것을 당부드린다”고 발언하자, 안희정 지사 측은 ‘어불성설’이라며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는 노골적으로 이날 청주 MBC방송국 토론에서 문재인 후보를 향해 “문재인 후보는 대전 충남 토론회 개최를 반대하지 말라”면서 “이 자리에서 토론회 개최에 대해 입장을 분명히 하라”고 압박했다. 당과 문재인 후보가 서로 어정쩡한 입장을 견지하며 토론회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게 되자 이재명 시장이 토론회가 방영되고 있는 상황을 이용해 노골적으로 문재인 후보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김진욱 공보특보는 논평에서 “선수에게 운동장 임대까지 해오라는 부당한 요구”라며 “문재인 캠프는 공정경선을 요구할 대상을 착각하지 말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렇듯 문재인 후보측에 대해 이재명 안희정 최성 각 후보 간 신경전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당 선관위는 25일 오전 내내 대전MBC와 협상을 벌여 토론회를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세 후보 측은 토론회 성사를 모두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문재인 전 대표 측 대변인인 김경수 의원은 논평에서 “늦게나마 토론이 성사돼 다행스럽다”며 “대전·충남 지역의 준비된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재명 안희정 최성 후보측의 시선을 곱지 않다.

안희정 지사 측 박수현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늦게나마 대전·충남 토론회가 성사된 것은 다행”이라면서 “당의 노력에 감사드린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재명 시장 측 대변인인 김병욱 의원은 구두논평을 통해 “늦게 결정된 게 아쉽긴 하지만 대전·충남 지역의 10만명이 넘는 선거인단에게 후보들을 검증할 기회가 주어져 다행이다. 토론이 거듭될수록 후보들의 주장과 관점이 뚜렷해지고, 국민의 선택을 위한 좋은 답안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26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등 대선후보들은 이날 대전MBC 사옥에서 한 차례 더 토론회를 갖는다. 시간은 오후4시로 잠정 결정됐으며, 해당 토론회는 대전·충남·세종시 지역에 생중계 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문 전 대표 캠프 측은 다른 후보 측에서 추가 토론회 개최에 반대하는 것 아니냐며 공세를 편 데 대한 반박자료를 배포하고, “(문재인 전 대표는) 경선 룰 협상은 물론 TV토론 일정도 모두 당 선관위의 결정을 존중해왔다. 호남, 영남 등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이번 충청TV토론도 해당 지역 방송사들이 참여해 충청권 전역에 방송돼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고 항변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측 김남준 대변인도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전 토론회 결정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 “굉장히 우여곡절 끝에 토론회가 성사된 것은 다행스럽다. 대전충남 시민들이 토론회를 통해 우리 당 후보를 검증될 기회를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