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딩 토론 첫회에서 지지율 선수를 노리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겐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어떤 분야의 질의 응답을 교환하게 되느냐도 관건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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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탠딩 토론이 19일 저녁 10시 예정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이날 스탠딩 토론에 참석해서 한치의 양보가 없는 설전을 교환할 것으로 관측된다. |
이번 스탠딩 토론은 과거 대선 때와는 달리 이념 논쟁이 없다. 이번 스탠딩 토론에선 지역 갈등 문제도 그리 관심을 모을 것 같지도 않다. 대신 이날 스탠딩 토론에선 각 대선 후보들은 세대간 정치 관심도 극복과 청년, 비정규직, 국민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 사드 등 다양한 논제를 다룰 것으로 관측된다.
스탠딩 토론(Standing)은 사전 원고가 없고 사전 구성이 없다. 이렇듯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오로지 평소의 구상이나 계획 견해, 식견으로만 다수의 공격수를 상대해야 하는 스탠딩 토론의 특징상 이미 나름대로의 소신을 갖고 확고한 정견을 세워놓은 준비된 후보라면 오히려 스탠딩 토론에서 상대의 실수나 어설픈 토론에 반해 커다란 지지율 반등을 꾀할 수도 있다. 반면 스탠딩 토론에서 상대의 공격성 질의나 제안에 적절하게 응대하지 못할 경우 한순간에 그간의 공든 탑이 허물어질 수도 있어 지지율이 낮은 대선 주자의 경우 이번 스탠딩 토론이 절호의 반전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19일 밤 스탠딩 토론은 한국 대통령 선거 사상 처음으로 열린다. 대본이나 원고 없이, 시종일관 선 채로 진행되는 이번 토론에서 지식·재치·건강 등 각 당 대선 후보들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울러 스탠딩 토론에선 단순히 원고를 읽던 내용만 관찰하는 게 아니라 몸짓·어감·어투·언어 구사능력·대화의 매너까지 모두 종합적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나기에 시청자들의 판단에는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스탠딩 토론은 말 그대로 시종일관 서서 토론하는 것으로, 질문·답변 순서와 시간 등을 미리 정해놓고, 대본에 따라 진행됐던 기존 토론과는 전혀 다르고, 미리 준비한 대본·원고가 없고, 계속 서 있어야 하는 것 외에도 사회자 역시 말이 없다. 자유토론이다 보니 기본적인 지식이나 순발력, 위기 대처 능력 등 토론에 나선 후보 저마다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고 평가하기에 정책과 현안 관련 질의 답변에 있어 대충이나 두루뭉술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스탠딩 토론에서 이럴 경우 곧바로 시청자에게 ‘실력 없는 인물’ 내지 ‘능력없는 인물’ 또는 ‘아무런 대책 없는 인물’ 등으로 낙인이 찍혀 최고지도자로서의 역량이나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스탠딩 토론이 갖고 있는 이 같은 특성과 부담감에 각 대선 후보들은 이날 오전 4.19 57주년 참배를 마치고 일찌감치 곧바로 모든 일정을 접고, 일제히 토론 준비에 들어간 모양새다. 다만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만 오후까지 일정을 소화했다. 홍준표 후보는 이날 스탠딩 토론 준비에 대해 “평소 머릿속에 있는 것만 가지고 하겠다”는 자신감을 거침없이 드러내 보였지만, 지난 토론에서 보여준 홍준표 후보의 토론 결과 여론은 홍준표 후보에게 그다지 유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탠딩 토론 방식의 이번 제2차 TV토론은 먼저 정해진 스탠딩 토론 진행 규칙을 살펴보면 이날 오후 10시부터 120분간 진행된며 KBS가 중계한다. 이날 스탠딩 토론은 먼저, 추첨순으로 심상정, 홍준표, 유승민, 문재인, 안철수 후보 순으로 인사를 한 뒤 공통질문에 들어간다.
정치·외교·안보 관련 공통질문에 대해 1분의 답변시간이 주어지는데, 답변은 홍준표, 유승민,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후보 순으로 이어진다. 스탠딩 토론에서 공통질문이 끝나면 정치·외교·안보를 주제로 유승민 후보를 시작으로 순번대로 돌아가며 후보당 9분간 총량제 토론이 진행된다.
이어 두 번째 공통질문 순서로, 교육·경제·사회·문화와 관련해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홍준표, 유승민 후보 순으로 질문에 대한 답변이 있을 예정이다. 답변시간은 1분이다. 스탠딩 토론의 다음 순서로는 같은 주제로 총량제 토론이 다시 시작된다. 마찬가지로 후보당 9분의 시간이 허락되며, 안철수 후보가 제일 먼저 등판한다.
스탠딩 토론이 모두 종료되면, 후보당 1분의 시간동안 마무리 발언을 하게 된다. 심상정, 홍준표, 유승민, 문재인, 안철수 후보 순으로 진행된다. 이날 스탠딩 토론에서 후보들은 20장의 메모지와 필기구만을 지참한 채 토론에 임한다. 아울러 이날 토론에는 발언하지 않는 후보들이 쉴 수 있도록 보조의자가 제공되지만, 건강 논란을 불어올 수 있기에 이 보조의자에 앉을 용기를 과감히 낼 수 있는 후보는 없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스탠딩 토론 이날 진행에서 지난 13일 제1차 TV토론 때와 마찬가지로 현재 지지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안철수 후보에게 공세가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유승민 후보는 이미 “안철수 후보가 최근 보수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면서 적극적으로 공격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공격과 더불어 수성 부담도 적지 않다.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홍준표, 유승민, 심상정 후보는 이번 스탠딩 토론을 반적의 기회로 삼고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를 집중적으로 공격합으로써 크게 도약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즉, 이날 스탠딩 토론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임하겠다는 결기를 단단히 다지는 이유다.
스탠딩 토론이 있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등 주요 5당의 대통령 후보들은 원고 없는 스탠딩 토론이라는 점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참고자료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후보 각자가 생각하는 정책을 소개하고 상대의 정책에 대해 묻고 답하며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대 후보의 발언의 중요 내용을 기록할 수 있는 종이 20매만 제공된다.
서서 토론하는 스탠딩 토론 방식은 경직된 기존 대선후보 TV토론회에 비해 자유로운 분위기를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준비된 원고만 앵무새처럼 읽어댄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기존 토론 방식과는 달리, 이번 스탠딩 토론회는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실수나 오판, 개인적 결함이 즉각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매우 위험스러운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시청자들의 입장에선 매우 스릴감 있고도 최고지도자에 대한 확실한 자질 검증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스탠딩 펀드에 참가하는 후보들은 아차 하는 순간에 지지율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이날 대선후보 스탠딩 토론회는 공식 선거전이 시작된 17일 이후로는 처음이다. 선거관리위원회와 SBS가 공동주최했던 지난번 토론 때와는 달리 이번 토론은 ‘스탠딩 토론’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번 토론이 책상과 의장에 편안하고 점잖게 앉아 준비해 온 원고만을 줄줄 읽었던 토론과는 180도 다른 방식인 셈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스탠딩 토론이고, 왜 갑자기 이 방식을 도입하게 된 걸까? 스탠딩 토론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이 있을까?
대선 후보 토론 방식에 있어 그간 답답함을 느꼈던 유권자나 일부 후보자들 사이에서 스탠딩 토론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특히 지난 2012년 대선 당시엔 박근혜 후보가 토론 때마다 슬그머니 스튜디오로 들고 들어오는 가방에 대해 수많은 추측을 낳기도 했다.
대선이 다가올 때마다 토론을 통해 정책을 검증하고, 후보자를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그간 획기적인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19대에 들어서 각당이 경선 과정부터 열띤 설전을 벌인 토론이 있었고, 특히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와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펼친 반 스탠딩 토론 방식이 국민들로부터 커다란 호응을 얻으면서 스탠딩 토론은 여론화되기 시작했다. 물론 이런 스탠딩 토론 방식은 지난 미국 대선 당시 힐러리 클링턴과 트럼프 두 대통령 후보가 생중계로 스탠딩 토론을 선보이면서 스탠딩 토론이 관심을 끌게 됐다.
지난 2012년 대선후보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토론하고 있는 모습에서 국민들은 많은 답답함을 느꼈다. 질문하는 측도 대답하는 측도 모두에게 시청자 국민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준비된 원고를 읽으며 질문하고, 준비된 자료를 찾아 읽어 답변해주는 그야말로 맞춤형 토론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듯 2012년 대선후보 토론으로 제대로 검증을 못하고 대통령을 선출한 결과는 국민들을 4년동안 너무도 가혹하고 처참하게 만들었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상대 후보들의 질문을 회피하며 자신이 하고픈 말을 적은 원고를 일거나 상대의 날카로운 질문에 대해선 동문서답하거나 아예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으로 이를 시청하는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
이날 밤 스탠딩 토론의 관전 포인트도 바로 이 대목들이다. 후보들이 자신의 정책과 공약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 스탠딩 토론에서 이같은 관련 지적에는 어떻게 대처하느냐, 또 자신이 받고 있는 의혹에는 어떻게 해명하느냐, 토론에 응하는 태도는 어떠한가 등을 눈 여겨 봐야 한다. 자칫 무조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질문이나 대답만 상투적으로 들어 넘기고 타 후보에 대해선 흠집만 찾아내려는 단순한 시청은 틀림없이 2012년 12월의 토론에서처럼 천하에 경악할 판단을 내릴 위험성이 농후하다. 이번 대선 스탠딩 토론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 중 하나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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