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옥 의원은 이날 어제 24일에 이어 열린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2차 인사청문회에서 “제보에 따르면 전시된 작품들이 ‘조영남 미술작품 대작 사건’과 같이 중견작가의 가필과 대작으로 이루어져 작품성이 떨어지고, 대필 작이기 때문에 많은 작품이 양산될 수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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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대구 북구갑) '무슨 결정적인 제보라도 받고 있는 것일까?', 정태옥 의원의 국회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 무작위 묻지마식 질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4일 국회 청문회가 진행되는 도중 전화를 받고 있는 정태옥 의원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
정태옥 의원의 지적은 물론 ‘국가 고위공직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국민의 정서’라는 맥락을 벗어나지는 않았다. 검증이란 본래 의혹과 문제에 대해 충분히 제기하고 해명함으로써 국민의 삶을 이끌 목민관을 선출해야 한다는 가장 근본적인 토대위에 놓인 원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태옥 의원은 이날 엄격히 준수해야할 검증 수위를 넘어갔다. 물론 검증 수위는 명확히 기준을 성문화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불문율적 기준을 갖고 있다. 정태옥 의원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이낙연 총리 후보자는 차분한 어조로 “심각한 모욕이다”라고 맞받았다.
국무총리라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직책을 수행할 장본인이 전국민이 모두 생방송으로 지켜보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청문위원의 질문이 황당하다고 해서 분기탱천하거나 자제력을 잃은 광기를 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기도 하거니와 이낙연 총리 후보자가 차분하게 ‘시인할 것은 시인하고, 반박할 것은 반박하며, 해명할 것은 해명했다’는 국민들의 판단 정서에 찬물을 끼얹을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틀간으로 한정된 시간이 흐를수록 조급해진 쪽은 야당 의원들인 셈이다. 결코 허술한 방패조차 관통하지 못하는 무뎌진 창이었다는 평이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제대로된 ‘한방’이나 무방비 상태의 ‘급소’를 노려야 했다.
정태옥 의원은 결국 아무런 확인 절차도 객관적 증거 조차도 확보되지 않는 첩보 수준의 제보를 바탕으로 “아내 그림 작품성 떨어진다”고 지적하는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이낙연 후보자는 침착하고 낮은 어조였지만 곧바로 “심각한 모욕이다”라며 약공으로 응수했다. 조용하고, 차분한 응수였지만 정태옥 의원에게는 치명상이었다.
정태옥 의원의 “아내 그림 작품성 떨어진다”는 발언은 곧바로 인터넷과 SNS를 뜨겁게 달궜다. 수십 년 동안을 밤새워 창작활동으로 인생 대부분을 보낸 예술인에게 누가 감히 어떤 자격으로 ‘작품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겠고, 그 자격 여부는 무엇이냐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또한 예술인에게 정태옥 의원처럼 ‘작품성이 떨어진다’라고 가볍게 평가하는 것은 실로 예술인을 넘어 예술 가치에 대한 자긍심과 존엄성을 크게 훼손하는 천박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이낙연 후보자가 단지 “심각한 모욕”이라고만 응수했지만, 정태옥 의원에 대한 네티즌의 질타는 활화산처럼 폭발했다.
대표적인 SNS 트위터에는 “저질 정태옥 *병할* 이 후보가 15년전부터 총리 할 거라고 탄원서 썼다는 거야? 신이네 태욱아 신으로 모셔라. 쓰레기 같은*”이라는 아들 병역 문제를 제기한 정태옥 의원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 글이 올라왔다.
트위터 대화명 ‘민주정부3기 뒷배’라는 이름은 “이낙연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특위 자유한국당 위원들 명단입니다. 자, 국민의 눈으로 특위 위원들을 검증해 봅시다. 경대수, 박명재, 김성원, 정태옥, 강효상 의원입니다. 날이 밝으면 시작할까요?”라고 우회적인 경고의 글을 올린 이도 있었고, ‘이니하고싶은거다해’는 “청문위원 명단입니다. 강효상, 박명재, 경 의원, 정태옥, 김성원 의원입니다. 죄가 뚜렷한 자 검찰조사까지 받게 해줍시다”라고 주장했다.
정태옥 의원은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2차 인사청문회에서 “제보에 따르면 전시된 작품들이 ‘조영남 미술작품 대작 사건’과 같이 중견작가의 가필과 대작으로 이루어져 작품성이 떨어지고, 대필 작이기 때문에 많은 작품이 양산될 수 있었다”고 발언했다. 국민들 대다수가 알고 있는 ‘조영남 가짜 작품 대필 사건’에 이낙연 후보자의 부인 자품을 교묘히 겹쳐놓은 것이다. 즉, 조영남 가짜 작품하고 이낙연 후보의 부인 작품하고 다를 게 뭐냐는 거다.
이에 이낙연 후보자는 “전혀 사실과 다른 대단히 심각한 모욕”이라면서 “제가 심지어는 잠도 안 자고 (아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는 사람인데, 심각한 모욕이다”고 차분하고 조용한 어조였지만, 감정은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정태옥 의원은 그러나 개의치 않으면서 “그리고 또 한 가지 사실은 (전시회 날) 후보자가 마치 결혼식장의 호스트와 같이 하객들이 줄을 서서 맞이하였다고 하는데, 얼마나 많은 하객이 참석했는지 말해달라”고 질문했는데, 이낙연 후보자는 이에 대해 “줄을 선 적은 전혀 없고, 대충 30명 선”이라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태옥 의원이 보다 사실과 증거 관계에 입각해서 질문을 던졌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태옥 의원은 이낙연 후보 아내의 작품 전시회 날 돈 봉투가 오갔다는 제보가 있었다는 점을 질문했고, 이낙연 후보자는 “턱도 없는 모함이다”라며 아내가 실력은 떨어지지만, 화가로 활동하고 있고 그마저도 남편 때문에 접게 돼 있는데, 그것이 남편의 인사 청문회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설명해달라”고 오히려 날선 역공을 가했다.
정태옥 의원이 비공개 제보를 들고 이낙연 총리 후보자를 추궁한 것은 역풍을 맞기에 충분했다. 적어도 국회 청문회에서 정태옥 의원은 사실 관계 확인이나 철저한 증거 조사에 입각한 질문을 던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지 국회의원이라는 신분만으로 “문자폭탄 중에 제보가 들어왔다”면서 “아내 김숙희 씨의 초대전 초대장에 이 후보자의 이름이 들어갔냐”라고 추궁했고 이 후보자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누가 옳고 그른지를 떠나 증거확보도 되지 않고, 사실 여부를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 입법기관인 국회와 국회의원들이 싸잡아 폄하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자 제보를 근거로 한 정태옥 의원의 공격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아. 정태옥 의원은 이어 “아내 전시회에 결혼식 호스트처럼 하객들이 줄을 서서 맞이했다고 하는데 얼마나 많은 하객들이 참석했냐”고 물었고 이낙연 후보자는 “줄 선 적 없다. 대충 30명 선 왔다”고 밝혔다. 한 나라의 제상인 국무총리 후보자를 ‘호스트’라고 폄하했다면 정태옥 의원의 인식 수준에 크게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태옥 의원은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더 나갔다. 정태옥 의원은 “하객들이 작품 구매와 무관하게 돈봉투를 내놓았다고 한다”라거나 “전시 작품들이 중견 작가의 대필과 가작으로 양산된 것이라는 제보가 있다”는 식의 묻지마 저격도 불사했다.
이에 이낙연 후보자는 차분하고 조용히 “그런 적 없다”고 답했고 이어진 질문에는 참다 못해 “제보자를 엄선해주길 바란다”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한마디로 정태옥 의원의 질문이 일푼의 대꾸한 가치도 없는 경박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끝내 정태옥 의원의 청문회 태도를 문제삼았다. 이철희 의원은 “비공개로 들어온 제보는 확인하고 말하길 바란다”며 “절차 없이 질문이 과하다고 느끼지 않냐. 그런 인격 모독은 청문회 취지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에 정태옥 의원은 “인격적인 모독이라고 생각하셨으면 죄송하다”고 ‘사후약방문’식 사과를 했다. 실컷 죽도록 칼질해놓고 ‘사람 죽어간다’며 119에 긴급구호를 요청한 꼴이 아닐 수 없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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