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이 진통이다. 일자리 추경으로 명명한 2017 정부 추가경정예산은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인사가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처리를 추진을 위해 국회에서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지만, 국회 여야는 추경을 놓고 삼복더위에 꽁꽁 얼어붙은 살어름판을 걷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태다.

여야는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18일 오전부터 추가경정 예산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당초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에 만나 합의안 도출을 위한 담판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해 회동은 무산됐다.

▲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처리를 추진을 위해 국회 여야는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지만, 국회 본회의는 추경을 놓고 삼복더위에 꽁꽁 얼어붙어 결국 이날 추경과 정부조직법 처리는 무산되고 말았다.

이후 여야 4당 원내대표는 활발한 ‘맨투맨 접촉’에 나섰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를 찾아 물밑 협상을 진행했지만, 이견만 확인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에는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의 사무실을 찾아 물밑 협상에 나서기도 했다.

또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한국당 정 원내대표의 사무실을 찾아 추경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청와대 전병헌 정무수석도 하루 종일 국회에 머무르며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협상 전략 등을 논의했다.

오후 2시 국회 본회의는 예정대로 열렸지만, 추경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제외하고 일반 안건 처리만 이뤄졌다. 그러나 오후 6시가 넘어 한국당에서 소속 의원들에게 “금일 본회의는 속개되지 않는다”면서 “내일 19일 본회의가 예상되니 일정에 참고하기 바란다”고 공지해 추경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는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여야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다 보니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와 안전행정위원회는 모두 열리지 못했다. 그러나 성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조정소위원회는 전날 회의에 이어 이날도 회의를 열고 추경안을 심사했지만 공무원 증원을 위한 80억원 등을 놓고 여야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으면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예결위 여야 간사들은 오후 3시께 정부측 수정안을 확인한 뒤 이르면 오후 4시 소위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후엔 김영록 농림수산부장관이 국회를 방문해 추경에 지원사격을 가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는 추경에 대해 희망을 놓지 않은 채 야당에 협조를 끈질기에 요구하고 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18일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참을 인’ 자를 수천 번 새긴 만큼 반드시 오늘 추경과 정부조직법 처리하겠다”고 단단히 결기를 다졌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다시 야당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공공부문 일자리 예산 삭감’ 주장에 대해 “추경은 새 정부의 민생 정책을 위한 밀알이 될 것”이라고 결국 강행 의지를 천명했다. 자유한국당 협조가 없더라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정의당을 결합해서 모종의 성과를 내보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오늘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돼 정부로 이송돼 오면, 오늘 밤에라도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관련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라고 예고하고, 국회 추경 통과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야당에서는 추경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가능성을 낮게 보는 기류가 강하다. 여야는 이날 오전 원내지도부 회동을 통해 합의점을 모색할 방침이었지만 이마저 성사되지 않았다.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 역시 연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 30분전에 의원총회를 열어 추경 국회 본회의 통과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물리적으로 오늘 본회의에서 추경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 하긴 어려울 것 같다”면서, “현재 이견이 너무 크고 추경 같은 것은 논의 자체가 진도가 얼마 안 나갔다”고 설명했다. 즉, 여야간의 이견이 좁혀진 게 없다는 거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어 “오늘 중으로 큰 방향이 타결되더라도 내일 아마 ‘원 포인트 본회의’를 한 번 열어야 될 것 같다”고 말해 사실상 추경과 정부조직법에 대한 일괄타결 가능성은 열어뒀다.

앞서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어제 밤늦게까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 나갔지만 아직 근원적으로 심각한 문제, 또 지금 대충 대립돼 있는 사안에 대해 최종 타결을 못 보고 있다”며 추경안 처리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회를 생쥐 광에 드나들 듯 오가며 정성을 쏟고 있는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도 국회를 찾아 추경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물밑 작업에 나섰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주말에 이어 이날 국회를 방문해 야당에 협조를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각 부처가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전병헌 수석은 이날 오전 우원식 원내대표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경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전병헌 수석은 다시 “야당과 직접 협상은 원내대표가 해야 한다”면서도 “후방에서 판단이나 협상조건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병헌 수석은 추경에 대해 ‘공무원 증원을 위한 80억원 등을 조정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추경 문제는 쟁점들이 여러개 나와 있다. 그걸 조정하는 문제라서 특별히 그것만 가지고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전병한 수석은 그러면서도 ‘중재안도 같이 논의하느냐’는 질문엔 “중재안이 당연히 만들어져야 되겠다”라고 했다. 다만 ‘윤곽이 나왔느냐’는 물음에는 말을 아꼈다.

한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추가경정예산과 정부조직법 심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병헌 수석은 전날 한 언론과의 대화에서 “홍준표 대표가 비상식적인 상황에서 시작하는 정부이니 추경과 정부조직법은 협조해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는 전병헌 수석과 회동하느라 전날 국회에서 열린 제헌절 경축식 여야 사전환담에 불참한 바 있다.

이렇듯 국회는 추경 예산안 처리를 위해 18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열릴 예결위 소위원회가 열리지 못하고 있고, 여야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일자리 추경예산안과 정부조직법을 처리하기로 했으나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이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안에 크게 반발하면서 국회는 꽁꽁 얼어붙은 모양새다.

결국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개편안의 18일 국회 통과가 어려워지고 있는데, 해당 상임위가 각 당 원내지도부에게 협상권을 넘겼지만 여야의 만남이 지연되고 있다. 여야는 쟁점이 많은 만큼 예정된 회기를 늘려 따로 처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경우 추경은 늦으면 8월 초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정리해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16일과 17일 소위를 열어 추경예산안을 심의했다. 여야는 18일 새벽까지 예산안별 심의와 조정을 이어갔지만 이견이 있어 심의가 중단됐다. 공무원 1만2000명 추가채용 과정에 필요한 예산 80억원에 대해 합의점은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정부조직법을 논의한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역시 논의가 중단됐다. 국토부의 물 관리를 환경부로 이관하는 내용이 쟁점이다.

이 때문에 여야 4당 원내지도부는 18일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 전에 추경과 정부조직법을 일괄타결 하려했다. 그러나 3시간여를 앞둔 현재까지 원내대표간 만남은 성사되지 않고 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만나는 방식과 내용을 논의 내용에 대해 논의하는 상황”이라며 “각 상임위(예결위·안행위)에서 이견을 좁혀나가고 원내대표단은 주요 쟁점 사안에 대해 논의하는 투트랙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