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로부터 탈당을 권유받은 친박계 핵심 서청원 의원, 홍준표 대표가 서로 당을 떠나라고 주장하면서 이 과정에서 서청원 의원은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언급해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자유한국당 서청원 의원은 현재 당의 위기의 원인을 “홍준표 대표에게 있다”며 홍준표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당내 탈당 권고에 반발해 홍준표 대표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자유한국당은 이전투구 상황이 벌어졌다.

서청원 의원은 홍준표 대표에 대해서 “당이 위기일 때 편법적인 방법으로 대선후보가 됐고, 당헌·당규를 손보면서 대표가 됐다”면서 “지금도 알량한 법지식을 활용해 혹세무민을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서청원 의원은 이에 더 나아가 “이제 새로운 희망을 위해 홍준표 대표 체제를 허무는데 앞장서겠다”고 홍준표 대표와의 피할 수 없는 일전을 선언했다.

서청원 의원은 이렇게 홍준표 대표는 공격하면서 “근신하고 자숙해야 할 사람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 ‘내로남불’식 징계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친박에 대한) 이번 징계조치가 ‘정권에 잘 보여 자신의 재판에 선처를 바라기 위한 것’은 아닌지, ‘당의 사당화’를 위한 것 아닌지 묻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청원 의원은 특히 “향후 홍준표 대표 퇴진을 위해서 1차적으로 당내외 법적 절차를 강구해나갈 것”이라며 “고 성완종 의원 관련 사건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홍준표 대표가 나에게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다”고 폭로했다.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친박 청산을 선언하고 윤리위원회가 자신에 대해 자진탈당을 권유하자 정면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서청원 의원은 홍준표 대표의 아킬레스건인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꺼내들며 대법원 판결을 남겨둔 홍준표 대표를 압박했다. 서청원 의원은 홍준표 대표의 자질 문제에 대해서도 막말을 일삼는 홍준표 대표에게 보수의 품격과 도덕성을 요구하는 건 사치라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가했다.

홍준표 대표는 이런 서청원 의원의 직격에 펄쩍 뛰면서 즉각 입장을 밝혔다. 홍준표 의원은 본인은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피해자라며 관련 녹취록이 있다면 공개해서 판단을 받자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는 이 과정에서 “폐수를 깨끗한 물과 같이 둘 수는 없다”면서 “노정객답게 의연하게 책임지고 당을 떠나라”고도 요구했다.

서청원 의원은 최근 자유한국당 내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한 기초 작업으로 추진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출당 징계안을 놓고 서청원 의원과 최경환 의원 등 친박계가 정면 반발하고 나서면서 한국당 당내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자유한국당 전·현직 대표가 이처럼 상대방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전력과 수사 청탁 의혹 등을 공개적으로 폭로하면며 진흙탕으로 뛰어든 모양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 출당 조처에 대한 당내 반발이, ‘성완종 리스트’ 사건까지 끄집어내며 서로의 ‘자격’을 겨냥하는 등 자해 수준으로 비화된 모양새다.

지난 20일 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의 탈당 권고 징계가 내려진 서청원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우선 홍준표 대표에 대해 “대법원 최종심을 기다리는 사람은 야당 대표로서 결격 사유”라며 홍준표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고 성완종 의원 관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홍준표 대표가 나에게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다”는 폭로성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홍준표 대표가 2015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을 때 자신에게 도움을 청했다는 것인데, 서청원 의원은 “누구보다 홍준표 대표 본인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징계 조치가 ‘정권에 잘 보여 자신의 재판에 선처를 바라기 위한 것’은 아닌지 묻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계정을 통해 즉각 펄쩍 뛰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글에서 “나는 친박을 살리려고 박근혜 정권이 만든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최대 피해자”라며 협조 요청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는 “2015년 4월18일 오후 서청원 의원에게 전화를 해 ‘나에게 돈을 주었다’는 윤모씨는 서청원 대표 사람 아니냐? 왜 나를 물고 들어가느냐? 자제시켜라’라고 요청한 일이 있다. 이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서청원 의원과 만난 일이나 전화통화 한 일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청원 홍준표 두 정치인이 서로 성완종 사건 검찰 수사을 앞두고 통화한 사실은 양측 모두 인정한 셈이다.

홍준표 대표는 그러면서 “(최근) 서청원 의원 측근들이 찾아와 ‘내가 그(서청원)를 출당시키면 폭로할 듯이 협박하고 ‘그 전화 녹취록이 있다’고 하면서 ‘검찰총장, 대법원장에게 진정서를 제출해 매장시키겠다’고 하기도 했다”고 ‘폭로 맞불’을 놓았다. 홍준표 서청원 두 전현직 대표의 ‘진실 공방’이 난타전 양상을 보이는 대목이다.

홍준표 대표는 보수정당 최다선(8선)이자 2002년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였던 서청원 의원의 친박연대 공천헌금 사건(2008년)을 거론하며 “불법자금은 먹어본 사람이 늘 먹는다”, “폐수를 깨끗한 물과 같이 둘 수는 없다”면서 “노욕에 노추로 비난받지 말고 노정객답게 의연하게 책임지고 당을 떠나라”고 목소리를 높여 서청원 의원을 직격했다. 홍준표 대표의 “협박” 주장에 서청원 의원 쪽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과정에서 홍준표 대표가 언급한 서청원 의원 사람이라고 특정한 ‘윤모씨’는 성완종 전 회장의 돈을 홍준표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말한다. 언론인 출신인 윤승모 전 부사장은 서청원 의원과 가까운 사이면서도, 2010~2011년에는 홍준표 대표의 선거를 돕기도 했다. 재판 과정에선 홍준표 대표 쪽이 2015년 4월13~14일 윤승모 전 부사장을 찾아가 ‘홍준표가 아닌 보좌관한테 돈을 맡겼다’는 식으로 진술해달라고 회유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한편, 서청원 의원의 이런 태도에 대해 당 혁신위원회(위원장 류석춘)는 이날 저녁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징계를 거부하는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기 친박 보스를 자임하며 호가호위 권력 전횡, 진박감별 공천 전횡을 한 ‘친박팔이 기회주의자’에 불과하다”며 “서청원 최경환 두 의원은 당 분열 책동을 즉각 중지하고 당 윤리위원회의 결정을 즉각 수용하라”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를 엄호하고 나선 모양새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