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문학기는 무협 소설의 전성기나 다름없었다. 당대 활약했던 작가 중 한 명이 왕두루다. 그리고 와두루의 와호장룡은 이안 감독을 만나 70년만에 세상에 빛을 보게 된다.

▲ 와호장룡, 이안 감독을 허리우드 거장으로 만들며 오스카상 4개 부문을 휩쓴 전설적인 대작이다. EBS에서는 16일 저녁 와호장룡을 방영했다.

‘학철오부곡’으로 불리는 연작 다섯 편이 그의 대표작인데, 강소학의 비극적 사랑과 복수 이야기, 무당파 고수 이무백과 협녀 유수련의 사랑 이야기다.

와호장룡은 강호를 종횡무진하는 이무백의 이야기, 북경 고관대작의 딸인 옥교룡과 대사막의 도적 나소호의 사랑 이야기, 옥교룡의 아들 한철방과 태어나면서 그와 운명이 뒤바뀐 춘설병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렇게 왕두루의 얽히고설킨 연작 중 네 번째가 ‘와호장룡’이고 다섯 번째가 ‘철기은병’인데 두 작품은 ‘청강만리’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번역되기도 했다. 이무백과 유수련, 옥교룡과 나소호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긴 게 바로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이다. 싸움박질밖에 없던 무협영화에 멋과 철학을 가미해 무협을 재평가받게 한 작품이다. 

와호장룡은 ‘청명검’을 둘러싼 江湖 무사들의 대결과 사랑을 접목한 무협영화다. 와호장룡은 이안 감독을 일약 허리우드로 거장으로 이끈 대작으로 와호장룡 이 한편으로 이안 감독은 007영화 주인공 피어스 브르스넌의 007영화 제작을 제안 받았다.

와호장룡이 EBS1 16일 오후 10시55분에 방영됐다. 와호장룡의 시대적 배경은 19세기 청나라 말기, 당대 최고의 문파인 무당파의 마지막 수제자 이모백(저우룬파)은 강호를 떠나 은퇴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선대로부터 이어져온 보검인 ‘청명검’을 자신의 사매인 수련(양자경, 량쯔총)을 통해 무당파와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 북경의 황족 철패륵에게 전한다.

와호장룡 제3주인공 수련은 이모백의 부탁대로 철패륵의 저택을 방문하는데 이곳에서 옥대인의 딸인 소룡(장쯔이)을 만난다. 부모의 강요로 며칠 뒤 결혼을 하게 될 처지인 소룡은 드넓은 강호를 누비며 자유롭게 사는 수련을 부러워하며 그에게 호감을 표한다. 몇 년 전 소룡은 티베트에서 마적단 두목 소호를 만난 이후, 강호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데, 그런데 그날 밤, 누군가 철패륵의 저택에 잠입해서 청명검을 훔쳐가는 사건이 벌어진다. 수련은 두건으로 얼굴을 감춘 채 도주하는 범인을 뒤쫓아 대결을 벌이지만 범인을 놓치고 만다.

와호장룡에서 범인이 옥대인의 저택에서 출몰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수련은 옥대인의 집으로 가서 소룡을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누다가 자매의 연까지 맺는다. 와호장룡의 줄거리와 구성은 기존 무술영화와 큰 차별점이 없지만 주제의식은 다르다. 기존 무술영화들이 협객들의 의리와 우정, 복수, 권선징악을 그리는 반면, 본 작품에서는 도가적인 가르침과 남녀간의 애틋한 사랑의 보수적인 감정을 주제로 삼았다.

‘주먹을 꽉 쥐면 그 안에 아무 것도 없지만, 주먹을 놓으면 그 안에 모든 게 있다’는 무당파의 가르침을 따르는 이모백은 득도의 직전에 이를 정도로 뛰어난 내공의 소유자인 동시에, 싸움의 허무함을 깨닫고 400년을 이어온 명검을 포기할 정도로 미련에 대한 집착을 버린 무림 최고수이다.

와호장룡에서 주윤발은 속세의 모든 욕구를 자제하지만 죽은 친구의 약혼녀이자인 수련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스승을 살해한 원수에 대한 복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세속적인 것에 대한 집착을 떨쳐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보여준다. 반면, 소룡은 모든 걸 손에 쥘 수 있는 운명을 타고 났지만, 비극적인 선택을 하면서 영화 ‘와호장룡’ 대미를 장식한다.

홍콩의 무술영화는 아시아인들을 열광케 했지만 결코 오락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홍콩의 무협영화는 와호장룡을 계기로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았고, 특히 피아노강선을 이용한 홍콩 무협영화의 촬영기법은 허리우드까지 모방하기에 이르렀다.

홍콩이 지난 1997년 영국으로부터 중국에 반환된 뒤, 오락영화로만 치부되던 무술영화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특히 홍콩 영화인들의 오랜 노하우에 중국과 할리우드의 자본이 더해진 ‘와호장룡’의 등장은 기존 무술영화에 대한 편견을 깨버리기에 충분했다.

영화 ‘와호장룡’은 아카데미에서 무려 4개 부분을 수상했다. 오스카상을 휩쓸었다는 거다. 그러면서 와호장룡은 무술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후 수많은 아류작들이 만들어졌지만 아직까지 ‘와호장룡’의 환상적인 액션과 주제의식을 넘어설 만한 작품은 나오지 못했다.

영화의 성공에는 중국계 미국인 이안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는 대만에서 ‘와호장룡’의 원작 무협소설을 읽자마자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하는데, 원작은 1920년대에 나온 왕두루의 무협소설이다.

‘와호장룡(臥虎藏龍)’은 ‘누운 호랑이와 숨은 용’이라는 뜻으로(미국 개봉당시 영어 제목이 Crouching Tiger Hidden Dragon 이었다), ‘영웅과 전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다’라는 뜻도 있지만 용은 소룡, 호랑이는 소룡의 연인 소호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안 감독의 연출력 이상으로 성공에 크게 기여한 환상적인 액션신은 ‘매트릭스’로 이미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원화평이 진두지휘했다. 이안 감독은 와호장룡은 중국 본토에서 홍콩과 대만의 스태프를 이끌고 5개월간 촬영했으며 제작비는 1,500만 달러가 투입됐다. 와호장룡 재방송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