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전원은 1기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방해·폄훼하고, 총선 출마를 위해 제발로 특조위를 뛰쳐나갔던 인물이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앞장서 방해한 인물 황전원이 또다시 자유한국당에 의해 특조위원으로 지명되면서 세월호 유족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 황전원이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행위에 대해 황전원 반대를 외치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 자유한국당은 29일 황전원을 다시 상임위원으로 임명했고 유가족은 크게 반발했다.

한국당은 9일 ‘사회적 참사 특별법’에 따라 구성되는 2기 세월호 특조위(가습제살균제 사건도 함께 조사)에 황전원씨와 홍상범 대한중환자의학회 총무이사, 홍성칠 법무법인 서일 대표변호사 등 3명을 추천했다.

황전원이 등장하는 2기 세월호 특조위는 더불어민주당 4명, 한국당 3명, 국민의당이 1명을 추천하고 국회의장이 1명을 추천해 모두 9명으로 구성된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미 지난달 위원 추천을 마쳤다. 자유한국당은 특조위 구성 시한을 하루 앞두고 황전원을 포함한 위원 3명 명단을 이날 공개했다.

한국당이 추천한 황전원은 1기 특조위에서도 처음 합류할 때부터 전문성 결여와 정치적 편향성 때문에 자격 논란이 있었다. 교육학 박사 출신의 황전원은 보수 성향의 교사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했고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공보특보를 지냈다. 이런 인연으로 황전원은 보수 인사로 통했고, 박근혜 정부에선 주요 요직을 거치지도 했다.

황씨는 2015년 1월 김재원 당시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세월호 특조위를 “세금 도둑”이라고 비난한 데 호응해 “세월호 특조위 설립준비단 해체”를 주장하거나 세월호 특조위 활동에 크게 반발하며 특조위 내부에서 이석태 위원장을 겨냥해 활동을 방해한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이런 황전원 특조위원의 활동은 번번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의 공분을 샀는데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은 또 다시 황전원을 등용한 거다.

세월호 특조위가 구성되던 해 11월 특조위가 박근혜 대통령의 참사 당일 ‘7시간 의혹’ 조사를 의결하자 황전원은 다른 여당(새누리당) 추천 위원들과 함께 “사퇴하겠다”며 퇴장했다. 이후 새누리당에 입당해 20대 총선 경남 김해을 지역구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정치활동을 금한 세월호특별법에 따라 특조위에서 자동 제명됐다.

황전원이 총선 출마를 위해 1년도 안 돼 세월호 특조위를 제발로 뛰쳐나갔다가 2016년 5월 다시 상임위원으로 복귀하자 세월호 유가족들은 출근 둘째날 그를 사무실에서 쫓아내고 출입문 앞에 “황전원 출입금지”라고 써붙였다. 황전원에 대한 유가족의 반감을 가감없이 드러낸 대목이다.

황전원은 그러나 당내 경선 과정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고 2016년 5월 다시 새누리당의 추천을 받아 차관급 상임위원으로 세월호 특조위에 복귀했다. 황전원은 박근혜 정부가 법이 보장한 활동기간을 무시하고 2016년 9월 세월호 특조위를 강제 해산시킨 뒤에는 “특조위가 유가족에 휘둘려 공정성을 상실했고, 남 탓으로 허송세월만 했다”고 비판하는 ‘운영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황전원만이 할 수 있는 행위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황전원이 당시 여당인 자유한국당 추천위원 대표로 집필한 운영보고서에는 “특조위가 자료 수집 명목으로 해외 출장을 수십 차례나 요구했다”고 적는 등 사실과 다른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이런 특조위 조사 방해 전력 탓에 세월호 유가족들은 황전원을 포함한 여당 추천위원들을 세월호특별법과 국가공무원법 등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최근 황전원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차 고발했다. 황전원이 유가족에게 얼굴을 들고 나타날 수 없는 상황인 거다.

황전원 고발 사건은 지난 1일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특조위 조직적 방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으로 넘어갔다. 동부지검은 이달 초 김영석 전 해수부 장관과 윤학배 전 해수부 차관을 구속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특조위 방해가 ‘청와대-정부-세월호특조위’라는 삼각 고리로 이뤄졌음을 감안하면, 특조위 내부에서 방해 활동에 가담한 황전원 역시 향후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황전원이 구속 등 강제수사를 당할 경우 2기 특조위는 시작부터 결원이 생기게 된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황전원을 반대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세월호 유족 김영래씨는 “전문성도 없고 진상규명 의지도 없는 한낱 정치지망생 황전원을 세 번이나 특조위원으로 추천한 자유한국당에 국민의 안전을 생각하는 마음이 1%라도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김영래씨는 “한국당이 황전원씨를 다시 추천했다는 말에 처음엔 화가 났지만 이젠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든다”며 “자기 자식 앞에 부끄럽지 않은지 되묻고 싶다. 자식 잃은 세월호 부모들에게 정말 이러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전원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등장했다. 청원글을 올린 이는 지난 22일 “세월호 진상조사 방해한 황전원의 특조위원 자격을 박탈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황전원 반대 입장을 분명히하고 자격박탈을 요구했다.

이런 황전원이 나타난 것은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29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20층 회의실이다. 이날 첫 전원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피해자 가족들이 과거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황전원 상임위원의 출근을 막아서면서 결국 황전원과 유가족간 마찰이 빚어졌다.

황전원 상임위원이 회의실이 있는 건물 20층에 올라서자 유가족 30여명은 황전원 상임위원을 둘러쌓고 ‘황전원은 당장 사퇴하라’ ‘황전원이 인간이라면 부끄러운줄 알아라’ ‘황전원은 돌아가라’며 강력히 항의했다.

가족들의 사퇴요구에 10여분간 줄곧 입을 다물었던 황전원 상임위원은 “회의에 들어가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일단 회의실로 입장했다. 회의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가족들은 계속해 황전원 상임위원의 사퇴를 요구했고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황전원 상임위원은) 이 자리에서 사과를 하고 위원회 활동을 해야 한다”면서 “어떤 각오로 위원회에서 역할을 할 것”인지 황전원 위원의 각오를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황전원 상임위원은 준비해온 문서를 통해 가족들에게 ‘유감’의 의사를 표했다. 황 상임위원은 “대통령 7시간에 대한 조사를 방해했던 것은 이에 대한 정치적 함의가 커서 정치적으로 휘말리게 되면 특조위 활동이 제약받을 것이라고 생각해서였다”면서 “검찰수사 결과 (세월호참사) 보고가 조작되고 (대통령이) 국정농단의 주범과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안 이상 저는 정말로 참담한 심정이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황당무계한 입장을 내놨다.

황전원 등 특조위는 이날 회의를 통해 장완익 상임위원을 위원장으로 선출하고 피해자들의 의견을 들은 뒤 향후 조사일정을 결정했다. 황전원 등 특조위는 이날 첫 전원위 회의를 마친 뒤 오후 2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자택을 방문하려고 했으나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출입문을 막아서고 황전원 상임위원이 회의실을 나가는 것을 막아서면서 일정이 40여분 미뤄졌다.

4.16 가족협의회는 “특조위를 만들려고 가족들은 단식투쟁과 노숙농성을 했다”면서 “‘이게 마지막 기회다’며 ‘진상규명 제대로 해보자’면서 만든 게 특조위다”라고 강조하며 “이런 특조위에 범죄혐의가 뚜렷한 황전원을 추천한 자유한국당도 이해할수 없다”라고 하며 황전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자유한국당에 다른 위원을 추천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특히 “황전원은 특조위 위원이면서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특조위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며 “황전원이 반대한 이유를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라면서 “자유한국당은 진상규명 방해자 황전원을 다시 추천했다. 진상규명을 두려워한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황전원과 자유한국당을 맹렬히 성토했다. 현재 황전원 의원은 유가족들의 고소에 따라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