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한 사회안전망 고발한 <아버지의 길>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아버지의 길> 임순혜 기자l승인2021.05.03l수정2021.05.03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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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가 4월29일(목) 오후7시, 배우 권해효, 박하선의 사회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개막식을 열었다.

▲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심사위원 소개, 전주 소리의 전당 모악당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지난 달 29일 오후7시, 배우 권해효·박하선의 사회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렸다. 전주국제영화제는 29일부터 5월 8일까지 열흘간의 축제를 시작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슬로건은 코로나19로 인해 축소된 형태로 온라인영화제를 열어야 했던 작년을 극복하고, 영화제 정상화를 꾀한다는 의미로 "영화는 계속된다(Film Goes On)"다. 

전주국제영화제 김승수 조직위원장의 개막 선언으로 시작된 개막식은 악단광칠의 축하 공연에 이어, 배종옥 배우, 박흥식 감독, 최수영 배우 등 국내 심사위원들의 소개로 이어졌다. 국제경쟁 심사위원 바냐 칼루제르치치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해외 게스트들은 축하 영상 메시지로 영화제 개최를 축하했다.

 

▲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아버지의 길>의 한 장면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아버지의 길>은 전진수 프로그래머의 짧은 소개 후, 곧바로 상영되었는데, 개막작 <아버지의 길>은 가난의 굴레에 허덕이는 일용직 노동자인 니콜라가 사회복지기관에 의해 빼앗긴 아이들을 되찾기 위해 중앙정부의 장관을 만나러 수도 베오그라드까지 떠나는 아버지의 여정을 담은 영화다.
 

<아버지의 길>은 세르비아의 스르단 고루보비치 감독의 네 번째 작품으로, 트리에스테영화제, 더블린국제영화제, 캘거리국제영화제, 그리고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는데, 정의와 시민의 권리가 사라진 부패한 사회를 통렬하게 고발한 영화다.

 

세르비아의 작은 마을의 일일 노동자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인 니콜라(배우 고란 보그단), 그의 임금은 2년째 체불 중이고, 두 달 전에는 집에 전기마저 끊겼다. 가난과 굶주림으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남편의 직장으로 가서 밀린 급여를 주지 않으면 분신하겠다고 하고 결국 몸에 불을 붙인다.

 

다행히 아내의 목숨은 건졌지만, 분신 현장에 있던 아이들은 트라우마 치료와 가난한 생활 환경 때문에 사회복지 기관에 의해 아이들을 포기하고 센터에 맡겨 후견인에 의해 키우라는 명령을 받는다. 니콜라는 아이들을 키우려고 최선을 다해 호소하지만, 사회복지센터장은 아이들을 돌려주지 않는다.

 
아버지 니콜라의 아이들을 찾으려는 호소를 묵살하는 지방청에 분노한 니콜라는 부패한 관리들의 농간을 예감하고, 세르비아를 가로질러 수도인 베오그라드의 중앙 정부까지 걸어서 찾아가기로 결심하고, 험난한 여정을 시작한다.

 

▲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아버지의 길>의 한 장면

 

<아버지의 길>은 니콜라의 호소를 들은척도 하지 않는 관리들의 생생한 민낯을 낱낱이 공개한다. 모든 불가능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이들을 키울 권리와 정의를 위해 아버지인 니콜라는 멈추지 않는다.
 
영화는 베오그라드의 중앙 정부까지 300km를 걸어서 가며 니콜라가 겪는 역경과 위선적인 정치인의 민낯을 낱낱이 공개한다.
     
<아버지의 길>은 '그저 가족과 함께 살고 싶어 하는' 한 가장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한편, 위선적인 정치인들의 보여주기식 행정이 만들어낸 어설픈 사회 안전망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아버지의 길>은 최근에 전쟁을 겪은 나라에서의 빈부격차의 깊은 골을 드러내주며, 부패한 관리들의 어설픈 사회 안전망을 고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회에서 거부당한 남성이 본인의 존엄성을 찾는 이야기다.
 
니콜라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마을 사람들이 그가 돌아오지 않을 줄 알고 그의 가재도구를 다 가져버린 것을 알고 니콜라가 가재 도구를 하나씩 다 찾아 본래 있던 자리에 되돌려놓는 장면은 슬픈 세르비아의 아픈 현실을 공감하게 한다.
 
아버지 니콜라 역을 맡은 배우 고란 보그단은 과묵하지만 행동으로 가장의 책임감을 보여주는, 강렬한 연기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 제22회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아버지의 길>을 연출한 스르단 고루보비치 감독의 영상 인사

 

스르단 고루보비치 감독은 개막작 상영 후 가진 영상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에 차용한 부분은 아이가 아이를 잃고 목적지까지 걸어간다는 내용이다. 이를 제외한 모든 부분은 완전히 각색됐다. 실화에서 모티프만 따오고 나머지는 모두 픽션화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부패, 관료주의, 사회 시스템의 부조리를 메시지로 내세웠다기보다 이를 통해 세르비아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며 "사회에서 거부당한 남성이 본인의 존엄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히고, "개인의 희생을 통해 자신을 찾는 과정이라고 봤다.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한 개인적인 몸짓이다"라고 강조했다.

 

스르단 고루보비치 감독은 "빈곤층은 굉장히 빈곤하다. 숨쉬기 어려울 만큼 극심한 빈곤을 겪고 있지만, 우리 레이더망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다. 세르비아가 이렇게까지 가난하지는 않지만, 일부 지역에 극심한 빈곤층이 살고 있다. 그들은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데 이들이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적이고 정상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의 길>은 세르비아에선 강한 반응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건 우리 현실이 아니라는 사람들이 있는 한편, 세르비아인의 삶 그 자체라는 이들도 있었다. 정치적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세르비아 정치인들은 세르비아를 부정적인 모습으로 내보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슬프지만, 세르비아의 이런 이미지는 정말로 우리 현실이다. 정치인들은 그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스르단 고루보비치 감독은 "항상 현실과 맞닿아있는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다. 일상에서 볼 수 있지만 간과할 법한 문제를 소재로 찾는다. '좋은 영화란 내가 믿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이 내게 큰 영향을 끼쳤다. 작품을 통해 세르비아의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고 영화를 통해 예술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르단 고루보비치 (Srdan GOLUBOVIĆ)는 1972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출생. <빗나간 과녁 Absolute Hundred>(2001)으로 장편 데뷔 한 후, 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쇼트리스트로 지명된 <트랩 The Trap>(2007),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써클즈 Circles>(2013)를 연출했다. <아버지의 길>은 트리에스테영화제, 더블린국제영화제, 캘거리국제영화제, 그리고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되어 관객상과 에큐메니칼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한편, 전주국제영화제는 세계 독립영화 역사에 깊은 인장을 남긴 여성 감독 7인을 주목한 '스페셜 포커스: 인디펜던트 우먼'과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이후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스페셜 포커스: 코로나, 뉴노멀', 새롭게 선보이는 특별 섹션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 등 전주국제영화제만의 개성이 돋보이는 영화 194편을 극장 상영한다. 또한 이 중 142편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OTT 플랫폼 웨이브(wavve)를 통해 온라인 상영을 진행한다. 대담과 토크 프로그램 등은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user/jiffmedia)에서 온라인으로 공개한다.

[한인협 = 임순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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