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8시50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303호실. 오성우 부장판사는 재판을 마무리하면서 변호인단과 취재진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을 했다.

 

오 판사는 조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까닭에 '땅콩회항'사건의 피해자이자 폭로자인 박창진 대한한공 사무장의 처지를 걱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재판이 끝나고 나서 박 사무장이 정상적인 회사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조양호 회장은 19일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서울서부지법의 첫 공판이 끝난 뒤 재판부가 자신을 증인으로 채택한 사실을 보고받고 "재판부가 회사 경영 책임자의 얘기를 듣고 싶다고 나를 소환했는데 당연히 나가는 것이 도리"라며 "아버지로서, 회사의 대주주로서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조 회장의 법원 출석은 2001년 항공기 도입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과 세금 포탈 혐의의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선 지 14년 만이다.

 

조 회장은 당초 이달 30일에는 신갈연수원에서 열리는 대한항공 임원 세미나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행사 일정을 변경할 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조 회장은 최근 서울 남부구치소를 찾아 수감 중인 조 전 부사장을 한 차례 면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족에게 10분 동안 허용되는 일반 면회였다. 조 회장은 "책도 좀 읽고 수양의 기회로 삼아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조 전 부사장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이 증인채택에 불응하면 재판부는 증인채택을 취소하거나 과태료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조 회장 외에 국토부 조사에서부터 회사의 회유에 넘어가 거짓진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여승무원 김모씨 역시 직권으로 증인 채택했다.

 

조 전 부사장 등에 대한 2차 공판은 30일 오후 2시 30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