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경찰에 따르면 대학생 김모(20)씨는 지난 1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통장', '대포통장' 키워드를 연달아 검색했다. 본인 명의의 통장을 빌려주면 일정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어디선가 듣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보다 쉽게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검색 끝에 통장을 빌려주면 매일 15만원을 주겠다는 글을 찾아냈고, 지난 1월23일 오전 통장을 새로 개설했다. 김씨는 보이스피싱 조직 통장 전달책 박모(30·조선족)씨에게 당일 오토바이 퀵 서비스를 이용해 통장과 체크카드를 전달했다.

 

하지만 김씨의 기대와는 달리 약속한 돈은 들어오지 않았고, 박씨는 전화도 받지 않는 나날이 이어졌다.

 

김씨의 기대가 물거품이 되는가 했지만 통장을 양도하고 나흘째 되던 1월26일 오후 2시께 김씨 명의 통장에 600만원이 입금됐다는 문자 메시지가 왔다. 김씨는 통장을 만들 때 입출금 내역 문자발송 서비스를 미리 신청해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곧바로 인근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달려가 출금을 시도했다. 어차피 보이스피싱을 통해 챙긴 돈이므로 박씨도 신고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600만원을 인출해 유흥비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대포통장을 모집해 인출책에게 전달하던 박씨가 경찰에 검거되자 김씨 역시 경찰에 꼬리를 잡히게 됐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통장을 빌려줬는데 (보이스피싱 일당이) 돈을 주지 않아 화가 났고 돈이 입금됐다는 것을 알고 ATM기로 달려가 인출했다"고 진술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김씨를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