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취객에게 맞은 70대 대리운전기사, 뇌출혈로 사망할 뻔

[한인협 = 김유진 기자] 70대 대리운전기사가 술에 취한 20대 손님의 차를 운전하다 폭행당해 뇌출혈로 수술을 받은 사건이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강원 정선경찰서는 술에 취해 대리운전기사를 폭행한 혐의(상해)로 장모(29·태백시)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지난 1월 17일 오전 1시 20분께 벌어졌다. 당시 장씨는 정선군 사북읍에서 술을 마신 뒤 대리운전을 불렀다.

이에 대리운전기사 정모(71)씨는 38번 국도를 따라 정선에서 태백 방면으로 차를 운전했다.

당시 술에 취한 장씨는 겨울철이라 눈이 다소 쌓인 도로를 대리운전기사 정씨가 빠르게 운행하자 '천천히 운행하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에 정씨는 마음이 상했고, 일명 '두문동재' 터널 입구 옆 도로에 차를 세우고서 '더는 운행하지 못하겠다'며 차에서 내리려 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실랑이를 벌였고 장씨는 대리운전기사인 정씨의 머리와 얼굴 등을 수차례 폭행했다.

결국 112 순찰차와 경찰이 출동했으나 술 취한 장씨는 '쌍방 폭행'을, 정씨는 '일방적으로 맞았다'고 각각 주장했다.

정씨는 이튿날 인근 병원을 찾아가 좌측 눈썹 위 머리에 난 상처를 봉합했지만 어지럼증이 한 달간 지속돼 다시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 정씨는 외상성 경막하출혈, 일명 뇌출혈인 것으로 드러났다.

쯕시 뇌수술을 받고 회복한 정씨는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정씨는 전치 4주의 병원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했고, 조사과정에서 일방적으로 폭행당한 것으로 사실로 인정받았다.

담당 경찰은 "조사결과 술에 취한 손님의 일방적인 폭행으로 결론났다"며 "다만 양측의 합의가 진행 중이고, 너무 술에 취해 어르신인 줄 미처 몰랐다며 반성하고 있어 불구속 입건한 상태"라고 전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imcoop.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