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협 = 정유경 기자] 검찰이 故 성완종 전 회장의 측근인 박준호 전 상무(49)에 이어서 경남기업의 이용기 홍보팀장(43)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성 전회장에 관련된 증거 인멸 혐의이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지난 26일 경남기업 1차 압수수색이 있었던 지난달 18일 오전 6시35분경 이 홍보팀장이 여비서 조모씨에게 전화해 "회장님 책상을 치우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여비서는 전화를 받고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 회장실에 있는 자료를 경남기업 지하창고 등에 옮겼다. 이 자료에는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와 메모, 일정표 등도 포함됐다. 검찰은 여비서로부터 "A4박스 절반 크기에 담아 옮겼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한 이 홍보팀장은 지난 달 25일 직원들과 함께 회사 내부 자료를 파쇄하거나 외부로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경남기업 측이 빼돌린 회계장부 등 관련 증거물을 일부를 확보했으나 성 전회장에 대한 추가적인 비리 자료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비밀장부는 여전히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증거인멸이 성 전회장의 가족과 측근을 통해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박진영 판사는 이날 밤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이 팀장에 대해 증거인멸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날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이씨는 “1·2차 압수수색에 모두 관여한 바가 없다”며 증거은닉·인멸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씨의 변호인은 “여비서에게 전화한 것은 맞지만 증거인멸 지시가 아니라 회장님이 일찍 출근할 것 같으니 대비하라고 팁을 준 것”이라며 “여비서가 회장실 자료를 옮긴 것은 맞지만 비밀장부 같은 중요한 자료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미 모든 자료를 냈고 더 낼 자료도 없다”고 구속 필요성이 없음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