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협 = 조희선 기자] 한중수교 23년만에 양국 경제협력의 새 지평이 열렸다. 한국과 중국이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개시 3년만에 정식서명 절차를 완료했다. 양국을 합쳐 GDP(국내총생산) 12조달러 규모 거대시장이 탄생하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1일 한중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정식 서명한 것과 관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친서를 교환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한중 FTA 정식 서명차 방한한 가오후청(高虎城) 중국 상무부장을 접견하고 가오 부장으로부터 시 주석의 친서를 전달받았다.

시 주석은 친서에서 "동아시아 및 아태지역의 주요 경제체인 한중 양국의 FTA 서명은 이정표적 의의가 있는 일"이라면서 "이는 양자간 통상 관계의 새로운 비약을 이끌 뿐만 아니라 양국 국민에게 실질적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이며, 동아시아와 아태지역의 경제통합화, 더 나아가 세계 경제 발전에 큰 공헌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도 시 주석에 대한 답신 친서를 이날 오후 한중 FTA 정식 서명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통해 중국측에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친서에서 "금번 한중 FTA는 미래협력을 위한 새로운 제도적 틀로서 그간 양국이 쌓아온 협력 관계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킬 것"이라면서 "한중 FTA는 양국 기업과 국민에게 폭넓은 기회와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며 우리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한층 심화시키는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 양국 국민과 기업이 한중 FTA를 충분히 활용해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 나가길 바란다"면서 "한중 FTA는 한중 양국은 물론 동아시아 전반의 번영과 나아가 세계 경제의 신장에도 긍정적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 친서 교환과 관련, "한중 양국이 정상의 친서를 같은 날 상호 교환하면서 대외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양국 정상의 한중 FTA에 대한 관심과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한중FTA(자유무역협정)가 본격 발효되면 실질GDP가 향후 5년래 0.30%, 10년까지는 0.96%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은 5년래 1만3600개, 10년래 5만3800개의 일자리 증가가 기대된다.

타결 후 영향을 업종별로 보면 세부적으로는 농산물과 수산물 시장을 닫아건 대신 상대적으로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 시장에서 개방 성과가 적었다. 다만 생활용품의 경우 대부분 개방을 유도, 중국 내수시장 진출 기회를 확보했다.

철강은 이미 다수 품목이 개방된 상황에서 중국의 추가 개방을 일부 유도해 냉연강판과 스테인리스 열연강판 등의 개방을 이뤄냈다. 석유화학업종 역시 일부 고부가가치 품목이 개방됐다. 섬유제품에서도 중국시장 대부분에서 한국산 제품의 관세가 사라진다.

농산물과 수산물 시장을 닫아건 만큼 당초 기대됐던 대대적인 제조업종이나 공산품 시장개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중국이 체결한 역대 FTA 중에서는 가장 높은 개방률을 기록했다는 점은 성과다.

쟁점이었던 개성공단 생산제품의 경우 역외가공을 인정, 협정 발효와 동시에 개성공단 생산품목에 대해 특혜관세 혜택을 부여하기로 합의했다. 기존 체결한 한국의 FTA 중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에 대해 가장 우호적인 내용으로 FTA를 체결했다.

김치는 한·중 FTA를 통해 기존 20% 관세가 19.8%로 조정됐다. 김치에 들어갈 수 있는 다진양념(다대기)의 경우 0.5%포인트 관세 감축이 이뤄졌다. 기존 45% 관세가 44.5%로 줄어들게 된다. 김치의 원재료가 될 수 있는 중국산 배추, 무, 고추, 마늘 등은 양허품목에서 제외됐지만, 김치나 다진양념 형태로 가공돼 들어올 경우에는 소폭이나마 관세감축 혜택을 받게 된다.

통신분야에서는 상대국 망이나 서비스에 비차별적 접근을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상호접속도 비차별적으로 제공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상대국 통신서비스 시장 진출 기반이 조성된 셈이다.

눈으로 보이는 효과 이외에도 무형의 효과가 적잖을 전망이다. 한국의 전체 교역 중 FTA체결국과의 교역비중은 현재 63%에 이른다. 중국과의 FTA를 통해 중국 내수시장에 상당부분 진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국내 내수형 중견중소기업 수출기업화에도 용이한 조건이 조성된 셈이다.

중국 내 수입시장 점유율 1위 수성의 버팀목이 마련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현재 중국 내수입시장 점유율은 한국이 9.7%로 가장 크고 일본(8.3%), 미국(7.8%), 대만(7.7%)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이 외에도 통관과 시험인증, 지재권 등 우리 수출기업 애로사항도 일부 해소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