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세월호 진상규명국장 임명 이유 없이 미루고 있어, 검찰 수사 전에 해경이 대책회의했는데, 청문회도 똑같이? 세월호 특조위 "특조위 구성 1년 됐는데 세월호 청문회 외에 별다른 진전 없어" - 기사 요약

세월호 청문회 출석 증인들이 청문회에 출석하기 전에 이미 서로 말을 맞춘 정황이 포착됐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이석태, 이하 특조위)가 주최하고 지난 14일∽16일까지 진행된 제1차 세월호 청문회 당시 출석한 증인들이 사전에 작성된 대본에 따라 답변을 이미 준비한 세칭 ‘말 짜맞추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세월호 청문회에 참석하는 증인들이 사전에 대본을 통해 일률적인 답변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세월호 특조위는 22일 제14차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문건을 공개하고 이같이 폭로했다.

세월호 특조위는 22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저동 소재 나라키움빌딩 특조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세월호 청문회에 출석이 예정된 증인이 한 답변을 하기 위해 사전에 만들어진 청문회용 대본으로 추정된다”며 관련 문건을 공개했다.

세월호 특조위가 공개한 관련 문건은 전체 30~40페이지 분량으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 자료’라는 제목과 함께 ‘대외주의’라는 문구까지 적혀 있다.

특조위 이날 이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 자료’ 문건 가운데 일부 복사본을 취재진에게 공개 배포했다. 문건의 본문 내용 가운데에는 참사 당시 초기 구조활동 관련, 타 기관 세력 통제 의혹 관련, 전원구조 오보 관련 등 쟁점 사항 정리와 관련된 질문 및 답변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청문회 예상 질문과 답변으로 보이는 내용으로 가득 채워진 문건에는 ‘123정 직원들은 구조된 사람들이 선원인 사실을 몰랐는지’이라는 문장 옆에는 ‘급박한 상황에서 구조에 집중하느라 선원인지를 파악 못 했다고 진술’이라고 답변 내용이 적혀있고, 또다른 예로 ‘해군헬기 진입 통제’와 관련된 질문에는 역시 ‘진입통제 한 적 없고 구조장비가 없어 구조활동에 참여를 못하고 수색활동 권고’라고 대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세월호 특조위가 공개한 이 문건은 특정 증인 한 명에만 해당되는 내용으로, ▲11시 10분경 구조자 중 일부가 선원인 것을 인지했으며, ▲갇혀 있는 승객을 보지 못했으며, ▲헬기 간 충돌방지를 위해 수색활동을 권고했다는 답변을 준비한 점을 보면, 이날 특조위가 공개한 자료는 김경일 전 해경 123정장의 것으로 보인다.

권영빈 소위원장은 “청문회 내내 증인들이 왜 모른다고만 할까, 왜 한결같이 답이 동일한지 궁금했을 것”이라며 “해경 증인들이 감사원 감사, 검찰 수사를 받기 전 123정장을 중심으로 승조원 대책회의를 했다. 확정할 순 없지만 이런 자료를 봤을 때, 이번에도 관련 증인들이 다 같이 대책회의를 한 게 아닌지, 입을 맞춘 게 아닌지 의심이 매우 강하게 들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권영빈 특조위 진상규명소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청문회에서 (증인들이) 국민 앞에 진실을 이야기해줄 것을 기대했다. 본인이 형사 처벌을 받을만한 부분에 대해 소극적으로 답변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천편일률적으로 ‘모르겠다’. ‘기억이 안 난다’고 한 건 막연히 감에 의해 답한 게 아니라, 사전 회의를 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영빈 위원장은 이에 덧붙여 “이를 토대로 볼 때 다른 증인들을 위한 문건이 추가로 있고 증인들이 청문회 전에 모여서 대책회의를 한 것이라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며 “대책회의를 통해 말을 맞췄기 때문에 1차 청문회에서 증인들이 하나 같이 ‘기억 안 난다’, ‘아랫사람이 했어야 했는데 못했다’고 둘러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영빈 위원장은 그러나 문건 입수과정과 방법, 어떤 증인을 위한 문건인지 등에 대해선 별도로 언급하지 않고 “앞으로 해당 문건을 면밀히 분석한 뒤 (특조위의)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겠다”만 밝혔다.

권영빈 진상규명소위 위원장은 현재까지 공석인 ‘특조위 진상규명국장’의 조속한 임명을 정부에 요청도 덧붙여 촉구했는데, 진상규명국장은 세월호참사의 원인, 참사 당시 구조구난 작업과 정부대응의 적정성, 언론보도의 공정성·적정성, 인터넷 게시물에 의한 피해자 명예훼손 실태 등을 조사하는 실무책임자 역할을 맡게 된다.

현재 특조위가 내정한 진상규명국장에는 사법연수원을 33기로 수료한 뒤 검사로 근무하다 2009년부터 변호사 일하고 있는 강석정 변호사(42)가 선임됐으나 박근혜 대통령의 최종 임명 절차 단계에 머물러 있고 별다른 진척이 없다.

세월호 특조위는 “지난 8월11일 채용공고를 내고 같은달 20일 면접을 실시하는 등 특조위 내부절차를 거처 특조위의 내정자 선정, 청와대 검증, 인사혁신처 검증을 거쳐 11월19일에 ‘내정자가 고위공무원임용심사위원회 검증을 통과했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도 “형식적인 절차만 남은 상태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만 하면 되는데 한 달이 넘도록 진척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조위는 또한 “연말이면 세월호 특별법이 발효된지도 1년이 된다”며 “그 기간 동안 진상조사의 핵심 직위인 진상규명국장에 대한 채용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성토했다.

특조위는 이에 덧붙여 “그러나 그로부터 한 달이 넘도록 아무런 진척이 없다. 특조위는 12월 15일 임용제청 결과를 문의하는 공문을 인사혁신처에 발송했지만 여전히 답이 없다”며 “대통령께서는 지금이라도 즉시 진상규명국장을 임명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한껏 목소리를 높였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