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1편에 이어지는 기사다. 형제복지원 피해자 한종선씨의 친부 역시 형제복지원 피해자다. 기자가 연세를 묻자 “백살 넘었다”고 대답했다. 형제복지원에 아버지 본인 누나까지 일가족 모두가 갖혀 살았던 것이다. 한종선씨가 “(아버지 나이가) 66세다. 47년생”이라고 대변해줬다.

한종선씨는 이어 누나를 쳐다보며 “신애야 부산에서 살던 기억나지? 어렸을 때 다니던 학교 이름 뭔지 알아?”라고 묻는다. 신애씨는 “학교? 동래초등학교...”라고 대답했다. 누나는 형제복지원에서 당한 성고문 등으로 제정신을 잃었다.

▲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들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차원에서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을 강력히 촉구했다. 여준민 장애와 인권 발바닥행동 간사가 발언하고 있다.

개인의 비극이라 말하기엔 너무나 참혹한 시대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유상우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사회적 시스템. 다시 말해서 당국이 나서야겠죠. 그래서 이 사람들을 찾아내고 현재 상태가 어떻고, 현재 심리당태는 어떻고 또 사회적으론 어떤 상태인지를 찾아내고 이 사람들에게 어떤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도움이 필요한 희생자들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1987년 한 검사의 수사로 그 실체를 드러낸 형제복지원.. 노예처럼 부린 강제노역에서부터 의문의 죽음들까지 지옥같은 현실이었다고 한다.

김용원 당시 담당검사(현 변호사)는 “그 당시에 제가 이제 수사검사로서 드러난 여러 가지 의혹들... 드러난 아주 중요한 의혹들이 많이 있었다”면서 “굉장히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단기간에 죽었다. 그게 폭행치사 내지 살인의 의심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김용원 전 검사는 “그 내부 규율에 잘 따르지 않을 경우에 무자비하게 폭행을 했고, 그 폭행의 결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형제복지원은 12년간 원생 513명이 사망했다. 한종선씨는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을 본 적 있느냐?’는 물음에 망설임 없이 “봤다. 막 패버린 거다. 아이가 쓰러질 때 몽둥이가 ‘퍽!’하고 날아갔다. 그때 머리가 터졌다”고 당시 참혹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믿기지 않는 악행이 펼쳐졌던 형제복지원 원장 박인근은 내란범 전두환 군사정권으로부터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을 받았고, 그의 행적은 ‘선행’으로 미화됐다. 그러나 그의 진짜 얼굴을 본 형제복지원의 피해자들은 그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신’ 정도? 원장이 멀리 보이면 기합받다가도 뛰어가 ‘충성!’ 거수경례를 하고 이걸 안하는 경우에는 전 소대원이 또 죽는 거니까”이라고 증언했다.

형제복지원 조장 김종호(가명)씨도 “완전히 신이다. 그 안에서는 형제복지원 나라의 대통령이다”라고 증언했다.

감금과 폭력, 죽음을 방조했던 형제복지원은 그러나 외압에 의해 수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용원 전 검사는 “차장검사가 지휘권자다. 검사장을 대신해서 지위하는데 ‘너 완전히 미친놈 아냐? 당장 돌아가! 어디 쓸데 없는 짓을 하고 있어!’ 이게 돌아온 대답이었다”면서 “수사를 못하고 다 철수를 하고 말았다”고 폭로했다.

그렇다면 법의 심판은 어떠했을까? 7번의 재판을 거치는 사이 1심 지방법원은 징역 10년에 벌금 6억8천만원을 선고했고, 항소심 고등법원은 징역 4년에 벌금이 없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까지 거치는 동안 징역 2년6개원에 벌금없음 판결로 이 사건은 종결됐다. 대법원은 감금죄까지 무죄를 선고했다.

김용원 전 검사는 ‘그때 당시 대법원 판사는 누구였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법원 판사 이름 (친분 관계에 있어서) 아는 분도 있고, 모르는 분도 있고 한데, 그것을 제가 직접 이야기하기엔 좀 그렇다”고 말을 아꼈다.

당시 대법관 중 한명은 얼마전 박근혜 정부에 의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자진 사퇴한 김용준 후보자다.

한종선씨는 이에 대해 “형제복지원 사건은 왜 유독 조용할까? 곰곰이 생각하고 몇 년을 생각만 했었다. 생각해보니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결과적으로 공권력에 의해서 잡혀간 거였다. 그리고 덧없이 쫓겨났고...”라며 씁쓸한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형제복지원 사건 이후 28년, 형제복지원이 폐쇄된 이후 한종선씨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현재(2013년 3월 뉴스타파 보도 당시) 보증금 200짜리 임대주택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가고 있었다.

한종선씨는 김찌를 끓인 반찬 하나에 밥 한그릇씩을 담고 기자에게 권한다. “이거 하나 밖에 없어요?” “김치가 있긴 있죠. 그리고 계란 후라이도 해 먹어도 되는데 계란 후라이는 나중에... 허허허”하고 멋쩍게 웃었다.

정상적인 삶을 누리기엔 현실은 냉혹해 보인다.

여준민 ‘장애와 인권 발바닥행동’ 간사는 “아이였을 때 잡혀간 분들은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경제 활동에서도 계속 소외되는 상황들이 많았던 것 같다”고 피해자들의 현재 진행형 삶을 정리했다.

어느 한순간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인생, 남겨진 고통만이 자신 몫이다. 한종선씨는 “모든 것을 잃었다. 모든 것을 잃은 거다. 유년시절이라는 게 누구에게나 사소한 것이라고 하면 사소할 수 있지만, 저는 유년시절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렸을 적 꿈이라든가 추억이라든가... 이런 게 아무것도 없이 어른이 돼 보라. 뭐가 남았나? 아무 것도 없다”라고 허탈해 했다. <기사는 3편으로 이어집니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