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해 11월14일 1차 민중총궐기 시위 당시 경찰의 직사물대포를 맞고 현장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후 317일 동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26일 별세한 백남기 농민(69)의 시신을 부검하겠다고 나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백남기 농민의 시신에 대해 이날 오후 11시쯤 시신 부검영장(압수수색검증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백남기 대책위원회와 유가족 등이 국가기관과 강신명 전 검찰총장 등 책임자 처벌과 합당한 손해배상을 촉구하는 민형사상 절차를 밟고 있는데 따른 모종의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강한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25일 백남기 농민의 별세소식을 접하고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시민사회단체 임원들과 대담을 하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서 부검의 필요성이 있어 영장을 신청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그러나 백남기 농민의 유족과 진보 성향 시민단체는 “백남기 농민의 사인이 경찰 물대포에 의한 외상임이 명백하므로 부검이 필요하지 않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 시민사회단체는 “수사기관이 부검을 강행하려는 것은 경찰의 폭력을 은폐하려는 것”이라고 강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백남기 농민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의 외곽을 단단히 지키며 경찰과 대치고 있다.

이에 따라 만일 백남기 농민의 시신 부검 관련 영장이 발부되면 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서울대병원 외곽을 포위하고 있는 경찰과 장례식장 안팎에 모인 시민들 사이에서 자칫 물리적인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전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1시쯤 백남기 농민의 빈소를 찾아 분향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찰이 이미 사회적으로나 행정적, 국회청문회 등을 통해서 이미 알려질 것은 모두 알려져 더 이상 나올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시신 부검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은 무엇인가 불손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든다”라면서 “현재 당 차원에서 당직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진보연대 박석운 대표도 빈소에서 본지 기자에게 “백남기 농민 시신 부검 영장 신청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뻔히 보이는 짓을 경찰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경찰의 이날 시신 부검영장 신청에 대해 맹렬히 비난했다.

한편, 백남기 농민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에는 이날 약 500여명의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이 모여 ‘빈소지키기’에 나섰으며, 현재 시각 그 인원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날 자정쯤 백남기 농민의 빈소를 찾아 분향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했으며 빈소에서 시민사회단체 인사들과 약 30분 정도 대담을 나누었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