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전추 진술 분석, 결정적인 실수들

윤전추 박근혜에 유리하게 진술했지만 곳곳에서 허점 노출 박귀성 기자l승인2017.01.06l수정2017.01.06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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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전추 3급 행정관이 헌재에 출석했다. 윤전추는 단번에 3급 행정관이 된 신분 상승의 신화다. 윤전추가 박근혜 탄핵심판 증인으로 헌재에 출석해서 윤전추를 궁금해 하는 언론과 국민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은 5일 오후 2시쯤 서울 종로구 재동 소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했다.

일단 윤전추 행정관에 대한 신분적 의구심이 우선이다. 배우 전지현 헬스 트레이너로 알려진 일반인이 하루아침에 3급 공무원이 된다는 것이 가능하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5급 공무원에 임용되고도 20년 이상을 봉직해야 얻을 수 있는 직급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아울러 3급 행정관의 업무는 무엇이기에 헬스 트레이너가 해당 업무를 맡느냐는 것이다.

▲ 윤전추 청와대 3급 행정관이 5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재동 소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2차 변론에 증인으로 참석하고 있다. 윤천추 행정관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사력을 다해 모르쇠로 일관했지만 향후 특검 수사에 참고할만한 결정적인 단서를 적지 않게 제공했다.

윤전추 행정관은 지난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좌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이 당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윤전추 행정관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있었던 관저 집무실 옆 사무실에서 근무했다. 윤전추 행정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오전 9시께부터 오후 5시15분 중앙재해대책본부를 방문하기 전까지 관저 집무실에서 정상적으로 업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날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2차 변론에서는 3시간30여분에 걸친 윤전추 행정관에 대한 치열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윤전추 행정관은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오전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 박근혜 대통령이 머무는 관저 집무실로 보고를 올라갔다고 밝혔다. 이는 세월호 7시간 행적과 관련해 처음으로 제기된 주장이다.

윤전추 행정관은 그날 본관으로 출근했다가 오전 8시 30분께 대통령의 호출을 받고 관저로 넘어가 오전 9시까지 ‘개인적인 업무‘를 함께 했으며, 이후 오후까지 박근혜 대통령을 대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화장도 하고 머리도 단정한 상태였다며 당시 외출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봤다고 회상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처음으로 인지한 것은 오전 10시께 서면보고를 받은 이후로 추정된다고 진술했다.

윤전추 행정관은 참사 당일 오후에 “헤어와 메이크업 (담당하는) 두 분을 제가 (관저로) 모셔다드렸다”는 새로운 사실도 질술했다. 반드시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갈 때 입은 노란색 민방위 점퍼도 자신이 입혀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전추 행정관의 증언을 토대로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오전 8:30] 박근혜 대통령, 관저에서 윤전추 행정관과 비공식 업무 진행

[오전 9:00] 박근혜 대통령, ‘관저 집무실’로 들어감 ‘’

[오전중] 윤전추 행정관, ‘관저 집무실’ 입구에 가글액 놓음

[오전중] 윤전추 행정관, ‘관저 집무실’ 입구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서류 전달

[오전중] 안봉근 당시 제2부속비서관, ‘관저 집무실’에 들어갔다 나왔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오찬 전에 나간 것으로 안다”)

[점심쯤] 박근혜 대통령, 관저 내 식당으로 이동

[점심쯤] 박근혜 대통령, 10~15분 만에 식사를 마치고 ‘관저 집무실‘로 이동

[오후중] 정호성 당시 제1부속비서관, ‘관저 집무실‘에 들어갔다 나왔다.

(“정호성 비서관이 급하게 올라왔다”)

[오후중] 미용실 원장 등 2명, ‘관저 집무실’에 들어감

[오후중] 20여분 뒤 미용실 원장 등 2명, ‘관저 집무실’에서 나옴

[오후중] 윤전추 행정관, 관저 의상실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민방위복 입힘

윤전추 행정관은 이날 헌재 증언에서 “오후에는 보고 서류가 많았다. 또한 미용실 원장 등을 관저 집무실로 데려오거나 데리고 나갈 때 다른 직원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 서류를 전달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국회 청문회에서 언급됐던 가글과 관련해선 “편도가 부었을 때 사용되는 것으로 저도 똑같은 제품을 써봤다”면서 ‘의료용 가글 의혹’을 부인했다.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의 이런 증언은 모순으로 드러나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윤전추 행정관의 이날 진술은 그 동안 ‘최순실 국정농단 국조특위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한 증인들의 진술과 정면 대치되는 부분이 있다.

이날 윤전추 행정관은 시간대별로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을 진술했지만 신보라 간호장교,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최순실의 증언 및 진술과 상이해 모순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지난 국회 청문회에서 신보라 간호장교는 “세월호 당일 남자 행정관을 통해 의료용 가글을 전달했다”고 증언했지만 윤전추 행정관은 “내가 올려드렸다”고 말해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증언이 거짓말이라는 점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윤전추 행정관은 또한 ‘세월호 7시간’ 동안의 박근혜 대통령 행적에 대해 자세히 밝혔지만, 다른 사안은 대통령의 사생활 등의 이유로 “잘 모른다”, “잘 기억나지 않는다”라며 국회 청문회에 출석했던 증인들과 동일하게 ‘모르쇠’로 일관했다. 때문에 주심 강일원 재판관으로부터 “비공식적 일을 했다고 해서, 공무상 비밀에 해당되지 않는다”라고 질타를 받기도 했다.

윤전추 행정관의 증언에서 중요한 것은 “몇 번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본 적이 있다. 최순실을 몇 번 봤을 뿐 친분은 없다”는 대목이다. 일단 윤전추 행정관은 최순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단지 회수가 몇 번 되지 않고 친분 역시 없다는 것이다. 매우 중요한 증언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증언은 또다시 모순을 낳았다. 윤전추는 최순실에 대해 “청와대에서 몇 번 봤다”고 말했지만 이 역시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받은 최순실은 “청와대에 간 적이 없다”고 진술한 바 있어 거짓말이 될 소지가 있다.

윤전추 행정관은 또한 이날 증인 신문에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나오지 않은 이영선 행정관과 함께 지난 2014년 11월 한 의상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옷을 고르는 최순실씨의 수발을 들었고 당시 이영선 비서관이 최순실의 휴대폰을 자신이 입고 있던 옷에다 문질러 건네주던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윤전추 행정관은 이에 대해 청와대와 의상실에서 최순실씨를 몇 번 봤을 뿐 친분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몇 차례 윤전추 행정관에게 의상실에 전해달라며 돈 봉투를 건넸고, 윤전추 행정관은 이를 의상실 직원에게 다시 건넸다고 말했다. 이점에서 윤전추 행정관은 ‘돈’과 ‘의상실’을 언급했다.

이정미 재판관은 이에 대해 “통상절차와 다르다. 보통 비서 역할을 하는 분이 의상실과 연락해 옷값을 알려달라고 하지 않나. 그렇다면 피청구인(박근혜 대통령)이 누군가로부터 옷값이 얼마인지 들은 거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윤전추 행정관은 또다시 “모르겠다”라고 넘겼다.

윤전추 행정관의 이런 박근혜 대통령의 옷값과 관련한 증언은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 대신 의상실에 박근혜 대통령의 옷값을 대납했다는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의 증언과 정면 대치된다. 이날 윤전추 행정관은 “대통령이 의상실 대금을 직접 나에게 줬다”며 “현금으로 받은 것 같다. 노란 서류봉투에 돈인지, 서류인지 의상실에 갖다 주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거짓말 의혹이 다시 하나 추가되는 대목이다.

윤전추 행정관은 또한 일각에서 제기된 ‘박근혜 대통령을 대하는 최순실씨의 태도’를 두고 “안하무인이라는 보도와는 반대 이미지다. 예의 바르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손하다”라고 제기된 최순실 박근혜 대통령 관련 의혹을 강변했다.

과연 윤전추 행정관의 증언이 신빙성이 있고 법적 증언 능력이 있느냐? 윤전추 행정관의 이날 증언을 두고 탄핵을 밀어붙이고 있는 국회 쪽과 이를 방어하는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들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권성동 국회 탄핵심판소추위원단장은 증언의 신빙성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권성동 변호사는 변론이 끝난 후 브리핑에서 “윤전추 행정관의 일방적인 진술만 있었다”면서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부분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고, 세월호 당일 상황과 옷 대금은 상세하게 기억하고 증언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는데, 이는 이미 언론에 해당 동영상이 공개됐기 때문에 변명성 증언이 필요하다고 인식한 것처럼 보인다. 고영태씨의 증언에 더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바로 이 의상실은 최순실의 측근이었던 고영태가 운영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옷을 만들어주던 곳이다. 윤전추 행정관의 이 같은 말은 “옷값을 최순실이 계산했다”는 고영태의 국회 청문회 언급과 모순된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쪽 대리인 이중환 변호사는 “(세월호 7시간이) 상당 부분 밝혀졌다”고 자평했는데, 윤전추 행정관의 이날 증언은 오히려 더욱 많은 의혹만 키운 것이라는 일반인들의 법감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평가라는 지적이다.

윤전추 행정관은 계속해서 ‘관저 집무실’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국회 청문회에서 청문 위원이 ‘관저 집무실’이라는 말이 없다. “집무는 집무실에서 보는 것이고 관저란 개인 사생활을 하는 공간인 것”이라고 주장했던 대목에 대해 변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제2부속실장을 지낸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저에는 집무실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와대 2부속실장을 했던 제가 단언컨대 관저에는 집무실이 없습니다. 그곳은 철저하게 사적인 공간이고 편안한 복장으로 쉬는 공간”이라고 밝혔다. 전재수 의원은 이어 “집무실은 청와대 본관에만 있습니다. 김기춘 실장이 말로 만들어낸 공간이 관저 집무실입니다. 속일 걸 속여야지”라고 청와대의 거짓 증언을 폭로했다.

헌재에서도 ‘관저 집무실’에 대한 개념을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졌다. 국회 쪽 대리인 이명웅 변호사는 “집무실은 본관 집무실을 말한다. 관저는 관저이고 집무실은 집무실인데, ‘관저 집무실’ 개념을 사용하려면 명확한 법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박근혜 대통령 쪽에 “명확한 근거를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대통령 개인이 쉬고 잠자는 공간을 집무실이라고 강변하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이날 윤전추 행정관만 달랑 출석하고 함께 증인 신문이 예정됐던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은 잠적했다. 이영선 행정관은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헌재는 이들을 다시 소환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청문회에서도 헌재에서도 증인으로 채택된 인사들이 한꺼번에 나오지 않고, 한 두명씩 ‘찔끔 찔끔’ 나오는 형국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일각에선 ‘아직도 배후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을 조정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금까지 증언이나 관련자들의 진술, 인터뷰 내용을 들어보면 각자가 ‘일관된 대목’이 존재한다.

특히 예민한 내용이나 핵심적인 중요 사안에 대해선 일제히 ‘모르쇠’로 통일된 답변을 내놓는다. 청와대 관련 인사들이 상용하는 ‘기억이 안 난다’는 답변은 이제 국민들에게 익숙해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처럼 기억력이 없는 아둔한 두뇌들이 나라의 행정과 정책을 만들고 집행한다니, 그저 소가 웃을 일”이라고 꼬집고 있다.

아울러 일각에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 대해 국회 청문회나 검찰 수사, 특검 수사, 관련자 재판과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질질 시간을 끌면서 또 다른 시나리오를 짜며, 그때그때 적당히 구멍 때우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권성동 단장은 특히 청와대측 핵심 증인인 이재만·안봉근 두 전 비서관의 잠적을 두고 “역사적 탄핵 심판 법정에 증인으로 소환했음에도 출타해서 의도적으로 출석을 기피했다. 대통령을 모신 비서관으로서 적절한 행동이었느냐”라고 맹렬히 비판했지만 별다른 메아리가 없다.

헌재 3차 변론은 오는 10일로 잡혔다. 국회는 이에 앞선 9일 제 7차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국회 청문회도 헌재 탄핵 심판도 이제 정점을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이달 10일 헌재 3차 변론기일엔 오전에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오후에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과 최순실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전추 행정관과 같이 신문이 예정됐으나 이날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나오지 않은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은 12일 오전 소환한다.

같은 날 오후엔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 조현일 세계일보 기자와 류희인 전 4·16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이 법정에 나온다. 사실상 잠적해 윤전추 행정관 앞 차례 증인신문에 불참한 안봉근 전 비서관과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도 19일 재소환할 방침이다.

국회 7차 청문회가 열리는 9일엔 윤전추 행정관과 최경희 전 이대 총장, 조여옥 대위 안봉근 이재만 두 전 비서관을 비롯 그간 불출석했거나 위증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등 핵심 쟁점을 다룰 증인 19명의 출석이 예고돼 있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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