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방위 훈련과 민방공 훈련은 포함 관계다. 민방위 훈련은 전쟁 발발시 국민들 스스로 적의 전방위 공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훈련하게 된다. 지난 22일 서울시는 23일 오후 2시부터 20분간 을지연습과 연계한 민방공대피훈련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 지난 2015년 5월 19일 실시된 제398차 지역특성화 민방위 훈련이 김포시청 직장어린이집에서 실시됐다. 어린이집 원생들이 선생님들의 지시에 따라 입과 코를 막고 대피소로 신속하게 이동하고 있다.

이날 실시되는 민방위 훈련의 일환인 민방공 대피훈련은 공습경보 15분, 경계경보 5분, 경보 해제 순으로 진행되며 이번 훈련은 북한의 장사정포, 미사일, 화생방 등 공습상황을 대비하기 취지로 진행되는데, 이날 오후 2시 공습경보가 발령되면 지나가는 시민은 15분간 이동이 통제되며 공습을 피할 수 있는 가까운 민방위대피소에서 통제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적의 공습이 시작되면 도시의 시민들이 일사분란하게 각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자구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민방위 훈련이다.

전술적으로 보면 적의 공습도 매우 위험하지만, 적의 공습 후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인해 발생하는 자체적 소요사태와 무질서 등으로 발생하는 2차 피해 역시 매우 위중하다. 때문에 유사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적 피해 요소에 대해 사전에 철저한 집단적 개인적 훈련이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민방위 훈련이다.  

일단 이날 민방위 훈련이 시작되면 도로를 주행하던 모든 차량은 오후 2시부터 5분간 갓길에 정차한 뒤, 민방위 훈련 상황을 전하는 라디오 방송을 청취한다. 긴급 출동차량이 드나들 수 있도록 중앙 차선은 비워둬야 한다.

민방위 훈련이 시작된 후 이외에도 한강 마포·반포·한남·영동·암사대교 등에서는 군·경 합동으로 ‘전시 교통통제소 설치 훈련’이 전개된다. 적의 공습 작전에 대한 방어선 구축 작전의 일환인 셈이다.  

또한 이번 민방위 훈련 진행 중에도 고속도로와 도시고속도로, 철도, 지하철, 항공기, 선박, 병원 등은 정상 운영될 예정이다. 일사분란한 민방위 훈련 참여만이 적군의 공격을 격퇴하고 발발한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민방위 훈련의 역사는 매우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의 병서에 보면 이미 춘추 전국시대부터 각 제후들은 자신들의 영토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각종 전쟁상황에 대비해서 백성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많은 민방위 훈련 전략을 짜내고 이를 직접 시행했다.

이들 병서에 기술된 민방위 훈련 관련 내용 중에는 “적군과 대치하고 있는 변경이나 변방에선 민방위 훈련 기간 중엔 접경지역의 논과 밭에 일군 농작물에 불을 질러 적군이 침략했을 때 군량미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적의 침입을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사에선 민방위 훈련의 모범 사례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함락’을 노리던 독일의 ‘영국 대공습 작전’에 영국 국민의 민방위 훈련이 빛을 발했다. 1940부터 1944년까지 있었던 영국 대공습 당시 독일의 베테랑 조종사들이 최고의 비행 편대 전력으로 1944년 런던 대공습을 시작했다. 이 독일의 공습은 결국 영국군의 승리로 끝나지만, 영국군 승리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 바로 영국 국민들의 민방위 훈련이라는 평가도 있다.

독일의 공습 당시 영국 런던 시민들을 비롯한 영국 국민들은 등화관제(적의 공습시 불빛을 차단해 항공기 공격 목표로부터 벗어나는 훈련) 훈련 등을 비롯해 잘 피하고, 잘 숨고, 숨을 곳을 잘 식별하는 등 독일의 공격으로부터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했다. 그 주역이 바로 평소 잘 짜여지고 연습되어진 민방위 훈련이다.

민방위 훈련을 필요로 하기 전에 전쟁 발생의 위험제거가 먼저이겠지만, 전쟁의 위험을 늘 내재하고 있는 한반도의 경우 민방위 훈련은 필수불가결한 범국민적 전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전쟁은 예행연습이 없고, 죽고 사는 것 이외에 별다른 선택도 할 수 없다. 오로지 살아남는 것만이 전쟁에서의 목표가 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선 민방위 훈련은 필수적이다.

민방위 훈련도 중요하지만, 전시엔 개개인이 살아남기 위한 전시 행동 요령도 평소 숙지할 필요가 있다. 아직도 국민들 가운데는 “전쟁이 나면 민방위 훈련이고 뭐고 없이, 다시 군대에 들어가 싸우겠다”는 애국자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후방에서 민간인들이 평소 민방위 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잘 훈련해서 전시에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별다른 소요 없이 일사분란하게 대응하는 것도 전쟁 중에는 아군에게 커다란 도움이 된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