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대변인은 지난 31일엔 “극히 일부 안철수 대표 지지자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특별히 논평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면서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합당을 한다는 것은 국민의당의 분열과 바른정당의 분열을 의미한다”고 단정하면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통합론에 군불을 때고 있는 안철수 대표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 장제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현안브리핑을 열고 있다. 장제원 대변인은 지난 31일에도 바른정당 의원들을 향해 복당에 대해 언급하면서 바른정당 의원들의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 장제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현안브리핑을 열고 있다. 장제원 대변인은 지난 31일에도 바른정당 의원들을 향해 복당에 대해 언급하면서 바른정당 의원들의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장제원 대변인은 이에 더 나아가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통합에 대해 “결국, 아무런 의미없는 야합이자 정국에 어떤한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 일 뿐”이라면서 “패잔병들 모임으로 전락할 합당이 우리 정치에 어떤 가치가 있겠는가?”라고 날선 지적을 가했다.

장제원 의원은 이날 논평 말미에 “바른정당의 바른 의원들은 하루빨리 유일 보수정당으로 오길 바란다”고 맺은 것에 대해 본지 기자가 “바른정당 의원들이 복당할 경우 홍준표 대표가 언급한 ‘현직 국회의원 공천 우선’ 원칙은 유효한 것이냐?”고 묻자 “당연하다. 바른정당 의원들 복당할 문은 활짝 열려있다”고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재신임을 묻는 전당원 투표 결과에 대해선 국민의당 내부적으로 ‘설왕설래’가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바른정당 통합론에 반대하는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31일 안철수 대표의 통합·재신임투표 승리 선언과 관련해 “오세훈 무상급식 패배의 관례도 무시하고 23% 투표율을 합법화하는 것은 ‘안철수 구정치’의 극치의 코미디”라고 안철수 대표의 아전인수식 투표율 발언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법적으로 3분의 1, 33%의 법적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안철수 대표는 이에 앞서 이날 통합·재신임투표가 23.0% 참여에 74.6% 찬성으로 종료되자 ‘압도적 지지’로 규정하며 바른정당 통합 전격 추진을 선언했다. 하지만 호남을 중심으로한 당원들 모임에선 “전체 당원 23%라는 것은 결국 안철수 지지자들만 가지고 국민의당 전체를 매도하는 후안무치한 안철수 행태”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박지원 전 대표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거다.

박지원 전 대표는 “안철수 대표의 신임투표 승리선언과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기자회견은 한마디로 후안무치의 극치”라고 맹렬히 질타하면서 “우리는 국민의당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지키고 보수대야합을 반대하며 끝까지 국민의당 지킴이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해 사실상 안철수 대표 출당론을 재차 확인했다.

국민의당은 또한 조배숙 의원을 대표로 하는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를 현역의원 18명의 명의로 발족시키고 대안철수 투쟁에 본격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지난 31일 조배숙 의원 등은 전당원 투표 결과 발표에 이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야합 중단하고 안철수 대표는 즉각 퇴진하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에서 통합을 반대하는 호남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투표 무효와 안철수 대표의 퇴진을 주장했다. 천정배 정동영 조배숙 의원 등 현역의원 18명은 ‘국민의당 지키기 운동본부’를 발족시키고 “최종 투표율은 23%에 그쳤다. 77% 이상의 당원들이 사실상 반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배숙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원 전체로 치면 통합 찬성은 17.2%에 불과하다. 사실상 불신임 투표”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통합의 최종 관문인 전당대회 개최를 결사 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안철수 대표 측은 늦어도 2월 초까지 공인인증서를 통한 전자서명으로 투표를 대체하는 온라인 투표와 현장 전당대회를 동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온라인 전당대회에 대한 당규 세칙이 없어 중앙위원회나 당무위원회에서 세칙을 신설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통합파가 다수인 만큼 의결은 가능하다. 하지만 통합 반대파인 이상돈 의원이 전당대회 의장이어서 마찰이 불가피해 보인다.

통합 반대파는 “내가 창당자금 1억 원을 냈고 다른 의원들은 10만 원도 안 냈다”는 안철수 대표의 발언도 비난했다. 유성엽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창당 발기인으로서 10만 원 이상씩 저희가 다 냈다. (안 대표는) 나중에 이자까지 붙여 회수해 갔으면서 몰상식한 얘기”라고 안철수 대표의 발언을 맹렬히 비판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29일 페이스북에 “안철수 대표의 구상유취(口尙乳臭·입에서 젖내가 난다)한 TV 인터뷰를 보면 시궁창까지 떨어진 안철수 대표의 처신에 저까지 부끄럽다”고 비난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그러면서 “우리 정당 역사상 날치기 전당대회는 ‘용팔이 각목 전대’와 ‘YS를 제명한 정운갑 전당대회’뿐이다. 합당 전당대회를 강행하면 안철수 대표가 제2의 용팔이, 정운갑이 된다”고도 했다.

이날 박지원 대표가 언급한 ‘용팔이 각목 전대’는 1987년 전두환 정권이 조직폭력배 김용남 씨(일명 용팔이)를 동원해 김영삼 전 대통령이 주도한 통일민주당 창당을 방해한 사건이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