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배우 엄지영이 오달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방송뉴스에 나와 폭로한 후 엄지영 오달수 파장은 엄청났다. 엄지영 씨는 27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 출연해서 배우 오달수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를 폭로했다.

▲ 엄지영 씨가 오달수를 직격했다. 연극배우 엄지영 씨는 실명을 공개하고 자신의 얼굴을 당당히 방송 뉴스에 밝히며 오달수의 과거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이런 엄지영 씨의 용기에 네티즌들의 응원과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엄지영 씨의 27일 JTBC 뉴스룸 화면을 갈무리했다.

엄지영 씨는 전날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오달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피해자의 인터뷰를 보고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엄지영 씨는 이대목에서 눈물을 흘렸다.

엄지영 씨는 엄청난 용기를 낸 듯 했다. 엄지영 씨는 실명으로 방송뉴스에 출연하기 전까지도 많은 고뇌를 해야 했음을 설명하면서 자신의 현재 직업이 연극 배우 지망생 내지 대학 연극학과에 들어갈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기에 “앞으로 이들 어린 학생들도 나같은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결심을 하게 됐다고 울먹였다. 네티즌들은 엄지영 씨가 실명까지 공개하고 얼굴까지 공개하며 방송에 나와 ‘미투 운동’에 동참한 사실에 대해 응원과 지지를 보냈다.

엄지영 씨는 지난 2003년 오디션을 앞두고 연기에 대해 조언을 듣기 위해 오달수를 만났다고 밝혔다. 엄지영 씨는 “다른팀과 조인해서 공연을 했다. 그 극단이 가마골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오달수 씨가 그 사람들을 보러 왔었다”고 설명했다.

엄지영 씨는 이후 오달수와 연기 관련 만남을 가지게 됐다고 털어놨다. 엄지영 씨는 “(오달수가) 얼굴이 팔려 있으니까 부끄럽다고 어딜 들어가자는 식으로 했다”고 밝혔다. 오달수가 엄지영 씨를 데리고 간 곳은 모텔이었고 결국 오달수를 따라들어간 엄지영 씨는 그곳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엄지영 씨는 이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하자는 식으로, 더운데 씻고 하자면서 옷을 벗겨주려고 제 몸에 손을 댔다”고 과거 기억을 떠올렸다. 엄지영 씨에 따르면 이후 오달수는 화장실에도 따라왔으며 엄지영이 몸이 안좋다는 핑계를 대 더 험한 일을 피했다고 했다.

엄지영 씨는 오달수가 이미 폭로된 성추행 피해자의 폭로에도 사과하지 않는 모습에 분노해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하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엄지영 씨가 미투 운동을 통해 오달수를 직격한 대목이다. 엄지영 씨의 폭로로 이젠 오달수의 입지가 녹록치 않아 보인다.

배우 오달수가 일각의 미투운동을 통한 성폭력 의혹을 전면 부인한 가운데 오달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또 다른 피해자 엄지영 씨가 실명과 피해자 본인의 얼굴을 전국에 공개하고 나선 것이다. 그만큼 엄지영 씨가 오달수를 향한 분노가 컸다는 것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엄지영 씨의 이날 방송뉴스는 향후 적잖은 후폭풍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엄지영 씨가ㅑ 실명으로 공세를 전환한 것은 사실상 오달수를 직격한 것으로, 오달수의 입장에선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형법상 공소시효를 한참 넘긴 사안이다. 엄지영 씨에게는 매우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냉엄한 현실이다. 즉, 오달수는 공시시효의 성립으로 성추행을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별다른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겠지만, 엄지영 씨의 폭로로 양심과 정의 도덕적인 면에서는 민중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엄지영 씨의 성추행 폭로 이전에 오달수의 성폭력 의혹은 지난 15일 연극연출가 이윤택 관련 기사의 댓글을 통해 처음 불거졌다. 오달수는 연희단거리패에서 활동하던 1990년대 자신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누리꾼의 주장을 전날 부인했고 이날 인터뷰에 용기를 낸 엄지영 씨는 이 댓글 작성자와는 다른 인물이다.

엄지영 씨는 용기를 낸 동기에 대해 “(성희롱 의혹이 제기된 이후) 사과를 할줄 알고 기다렸는데 사과는커녕 없었던 일처럼 말하는 게 용서가 안 됐다”면서 “(피해자가) 더 나와 오씨가 ‘내 기억에는 없는 일’이라고 하는 걸 막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해 사실상 엄지영 씨 이외에도 피해자가 더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엄지영 씨에게 던진 손석희 앵커의 논점은 이날 인터뷰의 압권이었다. 손석희 앵커는 엄지영 씨에게 “대개 이렇게 피해자의 경우에 가해자의 법적 대응 때문에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무고죄라든가 하는 것으로 다시 고소를 당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오달수 씨 측에서도 지금 그런 가능성을 얘기하고 있는데 혹시 그런 부분이 좀 걱정이 된다거나 하지 않으시냐?”고 질문을 던지자 엄지영 씨는 한동안 망설이면서 “걱정이 된다”고 답변했다.

엄지영 씨는 이에 대해 “걱정이 된다. 걱정되고 말 그대로 천만요정인데 내 말을 믿을까, 저 사람의 말을 믿을까. 처음에는 진짜 그런 고민 되게 많이 했었고. 주위에 그런 얘기를 했을 때도 꼭 왜 네가 나서야 되냐, 너 분명히 피해 본다, 내가 네 엄마로서, 엄마뻘 되는 사람으로서 내가 너한테 해 주고 싶은 말은 안 했으면 좋겠다였다”고 설명했다. 엄지영 씨 입장에서 고뇌가 적지 않았다는 거다. 특히 주변인들 모두가 엄지영 씨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예측했다는 것은 피해자를 더욱 위축되게 하고 피해자가 죄의식을 느끼게끔 또다른 2차 피해를 낳고 있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엄지영 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데 좋아요. 무고죄로 걸면 걸라고 하세요. 저는 진짜로 그게 있었던 일이고 증거는 댈 수 없지만 저한테는 있었던 사실이에요, 분명히. 그리고 본인 증거 없다고 발뺌하고 저는 그 사람은 저한테 사과하지 않고 미안한 마음 안 가진다 하더라도 보는 사람들이 지금 이걸 보고 있는 사람들이 알 것”이라고 엄지영 씨 나름대로 결연한 마음을 그대로 표명했다.

엄지영 씨 폭로가 나온 이날 오달수의 소속사 스타빌리지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엄지영 씨의 주장과 관련해서 “일단 (오달수 본인에게) 확인을 해보고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입장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엄지영 씨의 이같은 폭로 당사자인 오달수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입장이 없이 납작 엎드려 있는 모양새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