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미국 다룬 <화씨 11/9 : 트럼프의 시대>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 11/9 : 트럼프의 시대> 임순혜 기자l승인2018.11.25l수정2018.11.2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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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씨 11/9 : 트럼프의 시대>의 한 장면

 

10월25일 개막한 도쿄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후 11월22일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 <화씨 11/9 : 트럼프의 시대>는 <식코>, <화씨 9/11>, <다음 침공은 어디?>에 이어 날카로운 재치와 예리한 직관, 놀라운 폭로로 문제와 변화가 필요한 곳에 적나라한 고발과 대안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시해왔던 마이클 무어 감독이 연출한 영화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화씨 11/9 : 트럼프의 시대>에서 해외 외신들조차 트럼프 당선은 가능성이 없다며, 힐러리 클린턴의 압승을 예고했으나, 그가 어떻게 트럼프의 당선을 예상했는지를 상세히 드러낸다.

 

▲ <화씨 11/9 : 트럼프의 시대>

 

그는 먼저, 민주당 지지자들의 탈당과 포기 선언, 대통령 선거 민주당 후보를 선출했던 전당대회에서 웨스트버지니아주 55개 군에서 모두 승리한 버니 샌더스가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에 패배하며 많은 지지자들의 무력감과 배신감이, 결국 민주당 탈당과 투표권 포기로 이어지는 과정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트럼프 시대가 2년이나 지난 지금, 미국 중간선거의 결과는 영화 <화씨 11/9: 트럼프의 시대>에서도 확인되듯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지금 우리에게 던지게 한다.

 

▲ <화씨 11/9 : 트럼프의 시대>

 

마이클 무어 감독이 두번째로 주목한 것은, 고향인 미시간주 플린트로 내려가 릭 스나이더가 미시간주의 주지사로 선출되고, 그가 스트롱맨이 되어 도시를 장악하고 부자에게 큰 세제 감면을 허용하고, 가난한 자들에게는 혜택을 줄이는 등의 거침없는 친 트럼프적 행보를 이어가는 것을 보여주며, 플린트시 주민들을 식수로 인한 납중독 질병과 사망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플린트 워터 사건에 주목한다.

플린트 워터 사건은 주지사 릭 스나이더와 이를 가능하게 만든 구체적인 정책적, 행정적 대안 없이 안일한 언행으로 무마했던 시스템의 문제로 드러난다. 그러나 은폐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당시 대통령이었던 오바마가 플린트시를 방문하나, 진정한 위로와 재난 지역 선포를 원했던 주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고통스러운 현실을 축소해버린 정치적 해프닝으로 끝나버리게 되는 ‘물 한잔’ 장면을 다루며 아메리카의 현재를 이야기 한다.

영화 화면 속의 한 주민이 내뱉는 “올 땐 제 대통령이었지만, 갈 땐 제 대통령이 아니었어요”는 트럼프의 도래를 예고한다.

 

▲ <화씨 11/9 : 트럼프의 시대>

 

<화씨 11/9 : 트럼프의 시대>는 도널드 트럼프라는 인물만을 저격하는 영화가 아니다. 국가 시스템의 문제,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박탈감과 배신감으로 투표권을 포기하고 갈 곳을 잃은 민주주의의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내며, 트럼프 당선 전후 전 세계에 퍼진 ‘민주주의에 대한 의심’과 ‘가짜뉴스’ 시대의 도래로 찾아온 분별력의 혼란에 대해 다양한 관점의 이슈거리들을 제공한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미국을 망신주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라는 오명을 받기도 할 만큼 카메라 한 대로 가장 비이성적이고, 비상식적인 문제의 한복판으로 들어가 킬킬대며 미국의 민낯을 클로즈업했는데, 콜럼비아 고등학교의 총기사고 원인을 추적한 <볼링 포 콜럼바인>으로 제55회 칸국제영화제 특별상과 제75회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9/11 테러를 둘러싼 미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이라크 전쟁을 비롯해 부시 대통령과 측근의 부당함을 폭로한 <화씨 9/11>은 제57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수상했는데,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쿠엔틴 타란티노는 "평생 투표를 안하던 나를 무어감독이 변화시켰다.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선거권 등록을 할 겁니다"라며 극찬을 한 바 있다.

 

▲ <화씨 11/9 : 트럼프의 시대>

 

마이클 무어 감독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그 어떠한 다큐멘터리보다 피부로 와 닿는 우리의 일상과 이에 얽힌 권력을 다루는데, 마이클 무어 감독이 직접 오염된 식수를 트럭에 싣고 주지사 집으로 가 소방호수로 뿌리는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객관성과 논리성을 중시하는 정통 다큐와 달리 자신의 관점을 입증하기 위해 팩트를 선별해서 나열했다는 비난도 받았으나, 그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유머라고 믿으며 불편한 주제를 과감하게 까발려 사회적 논쟁을 촉발해왔으며, 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생산적 갈등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

그는 모든 권력으로부터의 저항에도 굴하지 않고, 유머러스하게 지속적으로 미국 사회의 총, 인종 문제, 정치, 기업의 부정에 대해 맹렬하게 불굴의 이단 저널리스트로서 작품을 세상에 계속 내고 있다.

다만, <화씨 11/9 : 트럼프의 시대>를 불편하게 한 것은 마이클 무어 감독이 주제에 집중하기보다는 과거의 총기관련 주제에 집착하여 주제의 논점을 흐리게 한 점이다.

 

[한인협 = 임순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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