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스스로 자수했던 허씨

[한인협 = 정유경 기자] '크림빵 뺑소니' 사건의 피의자 허모(37)씨가 사고 당시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는 주장에 반하는 "만취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8일 오전 충북 청주지법 형사합의 22부(재판관 문성관) 심리로 허씨에 대한 두번째 공판이 열렸다.

피고인의 사건 당시 정확한 음주수치가 입증되지 않는다면 첫번째 공판에서 변호인이 주장한대로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에 음주수치는 이날 공판의 중요한 쟁점이었다.

이번 두번째 공판에서 당시 허씨 등이 마신 술의 양에 대한 증인 심문이 열렸으며, 사건 당일 허씨와 함께 술을 마신 장씨와 김씨 등 2명의 회사동료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장씨와 김씨는 모두 비공개 재판을 신청하였으나 재판부는 요건에 합당하지 않는다며 공개로 진행하였고, 다만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은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했다.

장씨와 김씨는 지난 1월 9일 허씨와 함께 오후 5시 50분쯤 1차로 삼겹살집에서 소주 4~5병을 나눠마신 뒤 2차로 횟집에서 소주 2병을 나눠 마셨고, 오후 10시쯤부터 두어시간 가량 노래방에서 맥주 8~10병을 나눠 마셨다고 증언했다.

노래방에는 이들 외에 3명이 더 있었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서면으로 제출하고 구체적인 인적사항을 밝히지 않았다. 이들은 노래방에서 나온 뒤에는 커피와 빵을 사먹고 각자 흩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의 당시 허씨가 술마신 상태에 대한 질문에 증인들은 피고인 허씨가 "술자리에서 물을 많이 마셨고, 헤어질 때에 말투도 정상적이었으며 비틀거리지도 않고 술에 취한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고 증언했다.

이는 허씨가 경찰조사 당시, "혼자서 소주 4병 이상을 마셨다"고 진술한 것과 상반된 것이다. 또한 허씨는 경찰조사에서 "(술에 취해) 사람을 친 줄 몰랐다"고 했다가 검찰에서는 "사람을 친 것을 사고 당시에 알고 있었다"고 자백한 바 있다.

장씨와 김씨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의 심문 내용은 거의 같았고 증언 내용도 일치했다.

허씨의 변호인은 당시 경찰이 허씨를 조사하면서 '위드마크 공식(음주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시간당 평균 0.015%씩 감소한다는 사실을 이용해 범행이나 사고 당시의 음주 상태를 추정하는 방법의 하나)’을 사용해 혈중알코올농도 0.260%의 상태로 운전했다고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입증이 잘못돼 증거능력 자체가 없다고 채택을 부인한 바 있다.

경찰이 계산한 음주수치 0.26%는 소주를 4~5병 가량 마셨다는 피고인의 증언에 기초로 한 것이며 만약 당시 음주량이 2~3병 정도로 줄어든다면 위드마크 공식으로 계산한 음주수치도 낮아질 것이라는 주장을 변호인이 제기한 것이다. 

또한 변호인은 증인들에게 “피고가 사고 당시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지 않느냐"며, 위드마크 공식에 당사자 체중을 포함해 계산하기 때문에 그 기간동안 상당한 체중변화가 있었다면 공식 계산에서도 이를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처럼 음주량에 대한 엇갈린 진술은 물론 혈중알코올농도가 증명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재판부의 판단이 중요하다.

만약 허씨가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으면 기소된 혐의 2건 중 도주차량 혐의만 적용받기 때문에 가중처벌은 받지 않는다.

검찰은 당시 피고인을 조사했던 경찰관을 다음 공판에 증인으로 신청한 상태여서 이 같은 음주수치에 대한 공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다음 공판은 4월 22일 오전 10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앞서 허씨는 지난 1월 10일 오전 1시30분께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아일공업사 앞에서 술에 취한 채 자신의 SUV차량을 몰다 길을 건너던 강(29)씨를 치고 달아나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로 숨진 강씨는 사범대학 졸업 뒤 생업을 위해 화물차 기사 일을 해왔고 임신 7개월 된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사들고 귀가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변의 안타까움을 샀다.

허씨는 범행 19일만인 1월 29일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