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완종 리스트가 세상에 나온 이후...
 

성 전 회장이 경향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불법정치자금 수수 명단과 금액은 각각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미화 10만 달러,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리베라 호텔에서 몇 차례에 걸쳐서 건냈다는 7억 원,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에게는 대선 때 2억 원,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는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통해 1억 원, 이완구 국무총리는 선거사무소에서 건넨 3000만원이다. 

이 외에도 성 전 회장의 메모에서는 유정복 인천시장 3억 원, 서병수 부산시장 2억 원이, 이 외에도 이병기 비서실장은 이름만 거론되었다.

야당 측에서는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기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정하고 엄중한 수사를 위해 현직에 있는 정치 실세들이 스스로 사퇴하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결단을 내려 이들을 수사의 지휘권에 영향을 주는 현직에서 물러나도록 촉구하였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성완종 리스트’의 8인 중 뭇매를 먼저 맞은 사람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였다. 이 전 총리는 만약 자신이 성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일이 있다면 “목숨까지 내놓겠다”라며 결백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성 전 회장과 이 전 총리의 2013년4월 충남 부여·청양 재보궐 선거사무실에서의 음료수 상자에 담겨진 3000만원을 건네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 된 상태에서,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와 운전기사를 통해 그 당시 정황에 대해 조사해왔으며, 두 사람 간에 200통이 넘는 통화 내역이 확인되면서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자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결국 이 전 총리는 국민여론과 야당의 해임 압박, 여당 내부의 해임 촉구 목소리에 결국 총리 취임 62일 만인 지난 4월20일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달고 총리직에서 사퇴해야만 했다.

이 사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일본으로 출국을 하는 등 불법자금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 측에서 아무런 조치가 없자 일각에서는 출국금지를 시켜야 한다는 등의 항의가 있었다.

일찍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성 전회장이 10만 달러를 자신에게 건넸다는 보도에 “허무맹랑하고 완전히 소설”이라고 반박하며 “비서실장 재임 중에 성 전 회장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며칠 뒤인 지난 4월1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2013년11월6일 오후 6시30분께 성 전 회장을 비롯해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 등 충청도 의원 5명과 저녁을 먹었다”고 돌연 말을 바꿨다. 대신 “밥값은 내가 결제”했다고 덧붙이며 “당시 개인적인 부탁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고 항변하고 금품 수수의 가능성은 거듭 부인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인 지난 4월23일에 한겨레는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방문 초청 당시 한국과 유럽을 오가는 항공료를 재단에서 지원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항공료와 숙박비를 전부 재단 측에서 부담했다”면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10만 달러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는 요지의 해명을 한 김 전 비서실장의 주장과는 어긋나는 사실이었다.

또한 성 전 회장은 사망하기 전 1년여 동안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는 40여 차례, 이병기 비서실장과 140여 차례나 전화를 한 사실이 드러나, 성 전 회장과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 진척은...

홍준표 경남지사는 지난 8일 리스트에 오른 8인 중에서는 첫 번째로 검찰에 출두하여 조사를 받았다. 이날 홍 지사는 지난 2011년6월 국회의원 회관에서 홍 지사의 보좌진이 윤승모 전 부사장으로부터 쇼핑백을 받은 일이 있는지, 또한 이에 대해 성 전 회장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지에 관해 조사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홍 지사는 자신의 경선자금 1억2000만원은 “아내의 비자금”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11일 홍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995년도부터 2005년까지 변호사 활동 시절 번 돈의 일부를 자신의 부인이 비자금으로 몰래 10년 동안 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2008년 여당 원내대표 당시 국회운영위원장을 겸하며 매달 국회 대책비로 나오는 4000~5000만원씩을 전부 현금화해서 국회대책비로 쓰고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곤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발언에 대해 검찰은 성 전 회장에게서 1억원을 받았다는 혐의에 반박할 수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을 뿐더러, 야당 측의 “원내대표 당시 수령한 수천만 원의 국회 운영비를 생활비로 준 것은 명백한 공금 횡령”이며 “공직자 재산신고에 수년간 상습적으로 고의 누락했다면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도 추가 된다"고 비난의 빌미를 제공했다.

8일 홍준표 경남지사가 검찰에 출두한 것에 이어 14일에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검찰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았다.

김기춘,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지난 11일 검찰이 서면조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정의당의 김종민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당장 박근혜 대통령 불법대선자금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일어난 지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홍 지사와 이 전 총리에 대한 수사는 속도가 나는 듯하지만 나머지 6인에 대해서는 지지부진 한 상태이다. 

허태열 전 비서실장, 유정복 인천시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서병수 부산시장은 액수는 적혀있으나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는 드러나지 않아 수사를 못하고 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성 전 회장 인터뷰 등을 통해 2006년9월 10만 달러를 받았다는 정황은 있지만 이를 증명할 진술은 나오지 않았다.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최근 1년간 전화 착발신 기록이 140여 회 있다는 의혹 외에는 구체적인 일시와 장소 등이 확보되지 않았다.

◇ 특검과 처벌 가능성은?

검찰 수사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주장에 야당과 여당은 특검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여당에서는 기존의 상설특검법을, 야당에서는 성역없는 수사를 위한 별도의 특검법을 주장해 의견이 갈렸다. 기존의 상설특검법에서는 파견 검사의 수를 5명으로 제한 하지만 별도의 특검법에서는 15명으로 정한 것으로 아직까지 결정이 되지 않았다.

특검이 출범하더라도 공소시효가 만료되면 기소까지 이어지지 못할 수 있어 또 한 번 난항이 예상된다. 성 전 회장이 실제로 돈을 건넸다면 이는 뇌물 혹은 정치자금으로 여겨진다. 이들은 공소시효가 7년이기에 2006년, 2007년에 돈을 건네받은 김기춘, 허태열 전 실장은 공소시효가 지나 법적 처벌이 어렵다.

만약 성 전 회장이 건넨 돈이 뇌물이라면 이는 공소시효가 10년이고, 받은 돈이 3000만원 이상일 때에 ‘특별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소시효가 늘어나게 돼, 김기춘, 허태열 전 실장 역시 법의 심판은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이 금액들이 뇌물이려면 ‘대가성’이 입증되어야 하는데 이 사건의 결정적 인물인 성완종 전 회장이 유명을 달리한 상황에서 돈을 건네고 어떤 대가를 받았는지 밝히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