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협 = 조희선 기자] 서울여대 총학생회가 축제를 위해 청소노동자들이 설치한 현수막을 철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여대 총학생회는 20일 오전 1시 정문과 남문 등 교내에 설치된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서울여대분회(이하 노조)의 현수막 10여개를 철거했다.

철거한 현수막은 검은색 비닐봉지에 담겨 노조가 농성을 벌이는 행정관 앞에서 발견됐으며, '학생들의 축제를 위해 현수막과 조각을 철거했다'는 총학생회의 메모가 놓여 있었다.

노조 관계자는 "축제를 예쁘게 치르고 싶다는 학생들 심정을 백 번 이해하며 청소노동자들도 같은 마음"이라며 "봉투에 놓인 메모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의 일방적 통보로 철거가 이뤄져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총학생회는 "용역업체에 현수막 철거를 공문으로 요청했다"며 "보다 나은 환경 조성을 위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학교와 노조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를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노조는 지난달 22일부터 본관 1층 로비에서 타 대학 수준의 임금(시급 6650원) 인상을 요구하며 28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청소노동자들의 서러운 마음도 헤아려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되자 정지우 서울여대 총학생회장은 "좀 더 신중하게 생각했어야 하는 부분인데 실수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노동자분들의 의견을 무시해 현수막을 철거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용역업체에 공문을 전달했는데 노동자측에서는 공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며 "어디서 문제가 난 것인지 모르겠다.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학우들까지 피해를 보는 것 같아 죄송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