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줍던 가장, 폐지 지키기위해 CCTV 절도

조희선 기자l승인2015.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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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협 = 조희선 기자] 한 건설현장에서 CCTV 절도 사건이 일주일간 연이어 발생했다. 두 범행 모두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저지른 범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2년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A씨(49)는 직장을 잃었다. 그 후 교사였던 부인마저 암에 걸려 병상 신세를 졌다. 평온했던 A씨의 삶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순간이었다.

가장이었던 A씨는 부인에게 새로운 직장에 취업했다고 말하고는 몰래 폐지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주변 어르신들이 조금씩 신문지 따위를 모아오면 그것을 묶어 전문 업체에 넘기는 중간 상인 역할이었다. 한 달에 50만~60만원 정도 수입이 생겼다.

하지만 월 소득 60만원으로는 부인의 암투병 비용은커녕 기본 생활비로 쓰기에도 모자랐다. 언제부턴가 쥐꼬리만한 수입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A씨가 쌓아놓은 폐지를 밤 사이 누군가 훔쳐가기 시작한 탓이다.

A씨는 어떻게든 폐지를 지키고 싶었다. CCTV가 생각났다. 실제 CCTV를 운영해 감시할 생각은 비용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했다. '장난감 CCTV'라도 설치해 놓으면 도둑이 겁을 먹을 거라는 기대를 가졌다.

A씨는 문득 인근에 있는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 범죄 예방 목적의 CCTV가 많았던 것이 생각났다. 결국 A씨는 건설현장에 들어가 CCTV를 하나 뜯어왔다.

A씨의 범행은 5일 만에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평범한 삶을 살던 A씨가 순식간에 범죄자로 전락한 순간이었다. 경찰은 A씨에게 범행 이유와 자초지종을 캐물었고, 안타까운 사연에 고개를 숙였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달 2일 오후 6시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철거를 앞둔 아파트 외벽에 설치된 CCTV를 훔친 혐의(절도)로 A씨를 불구속 입건, 지난달 30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다만 훔친 CCTV는 전원이 들어오지 않아 작동하지 않았다.

A씨는 조사 중에도 범행 사실이 투병 중인 아내에게 알려질까 불안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 외에도 지난 8월28일 오후 7시쯤 같은 건설현장에 들어가 CCTV를 절도한 혐의로 무직인 B씨(57)를 불구속 입건해 A씨와 같은 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B씨는 4개월 전 실직한 뒤 월세도 못 낼 정도로 궁핍하게 살았다. 고물상에 팔아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CCTV를 부수는 것도 아니고 훔친 사건이 한 곳에서 연이어 일어난 건 매우 흔치 않은 일"이라며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각종 '생계형' 절도 사건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cho@kimcoo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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