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 "국민의 의식 개선해야"

"종군 위안부 문제, 국가가 사죄해야 할 일" 안현아 기자l승인2015.03.13l수정2015.03.1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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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협 = 안현아 기자]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80)는 13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소설 '익사'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나 국민이 충분히 사죄했다고 보기 어렵다. 일본 국가가 사죄해야 한다." 며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한 일본의 후진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오에는 1957년 등단했다. 60년 가까이 글로 밥을 먹고 살면서 아쿠타가와상, 다니자키 준이치로상, 노벨문학상 등 각종 상을 받았다. 일본 사회의 불안한 상황과 정치적 문제에 대한 비판, 천황제와 군국주의, 평화와 공존 등을 주제로 수많은 글을 발표했고, 국내외 여러 사회 문제에 참여했다. 

그는 이날 간담회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1·2·3기로 나눠서 설명했다. 1기는 전쟁에 관한 시기다. 전쟁을 거치면서 느끼고 봤던 폐허가 된 일본의 모습을 그리려 했다. 그는 이 시기 "사회적 담론을 반영하는 소설"들을 썼다. 2기는 장남 히카리가 "무서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면서 탐색했던 사소설의 세계로 채워졌다. 

   
▲ 13일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열린 소설 '익사'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오에 겐자부로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에는 "태어날 때 아이는 청력도 시력도 생각하는 능력도 없었다. 앞으로 말도 못할 것이라는 말을 여러 의사에게 들었다. 나는 아이의 이름을 히카리(빛)로 지었다. 눈이 보였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아니 당시 내 최대한의 희망이었다. 그 희망을 담아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번역돼 출간된 '익사'에 등장하는 우나이코는 17세 때 큰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임신한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되는 곳도 하필이면 야스쿠니 신사다.

또한 그는 아이와 부모의 성장과정을 담은 사소설의 시기를 지나 30대 후반 이후부터 작년까지는 사소설적인 경향을 담으면서도 일본 사회에 대한 비판도 포괄하는 객관적인 소설을 썼다. 2기의 내용을 이어가면서도 1기 적인 문제의식을 담고자 노력한 것이다. 그는 "나의 가장 중요한 작품은 3기에 속한 작품이다. 주제와 형식을 전부 담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60년 가까이 소설을 썼던 오에는 "올해 여든인데, 소설을 끝내고 다른 걸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관심을 두는 평화문제와 일본인의 생활 문제 같은 것들이 될 것이다. 소설보다는 좀 더 명쾌하고 명료한 문장으로 써내려 나가겠다. 집회에 나가 발언하는 원고나 에세이가 많아질 것 같다. 소설적인 색채가 강한 사소설적인 에세이를 한둘 정도 더 쓸 수는 있다."며 지난해 '만년 양식집'(晩年樣式集·내년 국내서 출간 예정)을 끝으로 소설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일본 여성들이 천황제를 중심으로 한 남성들의 폭력에 쉽게 노출됐으며 종군위안부 문제도 따지고 보면 천황제를 기반으로 한 군국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강조하며, "국가가 벌인 전쟁에서 군인들을 위한 여성의 역할로서 부여된 게 위안부였다. 천황제, 남성중심 문화에서 오는 여성 차별 관점에서 봐도 이 소설은 위안부문제와 이어진다. 여성을 차별하는 국민성이 있었고 이 때문에 식민지 여성을 동원하는 종군위안부도 존재했으며 그 과정에서 범죄적인 수단도 발생했다.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국민의 의식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에는 사실과 허구가 가미된 자전적 소설 '익사'에서 여성 차별 등 일본 사회가 지닌 문제점의 근원을 '천황제'에서 찾는다. 주인공 조코의 아버지는 천황궁에서 자폭하려다 실패한다. 그의 테러 행위는 천황과 함께 장렬히 전사해 일본 정신을 지키겠다는 극우적 생각에 뿌리를 둔 일탈이었다.

   
▲ 오에 겐자부로

그는 "조코의 아버지 같은 아버지를 가졌던 나는 소설에서 '전쟁 이후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내용을 담고자 했다. 일본인이 패전을 겪고 어떤 식으로 고민하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당대까지 아울러 포함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한국소설에 대해서는 "현대소설을 애독하고 높이 평가한다. 그중에서 황석영은 현대의 중요한 문제를 지적하는 큰 소설을 쓴다. 개인의 내면을 그리면서도 사회로 이어지는 인간을 묘사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훌륭하지만 그와는 조금 다르다"고 했다.


안현아 기자  haan@kimcoo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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