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협 = 정유경 기자] 구치소 수감자가 자살한 경우 국가가 유족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8부(김지영 부장판사)는 구치소 수감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14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2013년 5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혐의로 구속되었고, 그 뒤 서울의 한 구치소에서 한 달가량 지내다가 처음으로 자살을 시도했지만 직원에게 발각돼 목숨을 건졌다.

구치소에서 A씨를 중점 관찰 대상자로 지정하여 주시했으나, A씨는 3개월 뒤 다시 속옷을 뜯어 만든 끈을 출입문에 걸고 목을 매단 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전자경비시스템을 통하여 구치소 중앙통제실에서 모니터 20여대로 CCTV에 찍힌 수감자들을 지켜볼 수 있지만, 담당 직원은 A씨의 자살 직전까지 이러한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하고 TV시청을 하는 것으로 보고 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자살하기 1주일 전부터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자세로 앉아 속옷으로 끈을 만들고, 자살 직전날에는 CCTV를 등지고 자살도구를 마련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추정됐다.

1심에서는 "1차 자살시도 후 조사 과정에서 망인이 `영상장비로 관찰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그 위치에 자살에 사용할 끈을 매달았다`고 진술했음에도 설비를 확충하거나 순찰 인원을 확충하는 등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 했지만, "A씨가 자신의 신체에 관한 위험성 등을 스스로 판별할 수 있는 정도의 의사 능력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수형생활에 대한 심리적 불안,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 등으로 자살을 시도한 잘못이 있다"며 배상 책임을 10％로 제한한 바 있다.

2심에서는 1심 판결을 대부분 인용하면서 사고 방지에 미흡했던 과실을 조금 더 높게 보고 배상 책임을 15％로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