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협 = 정유경 기자] "더 위로, 다른 곳도 만져라" 속옷 차림으로 20대 여직원에게 다리를 주무르게 하고 다른 곳도 만지라고 요구해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사장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여직원 A씨는 2013년 한 업체에 취직했고, 그로부터 1주일 여 뒤 사장인 B씨가 교육을 핑계로 A씨를 사무실로 불렀다.

B씨는 손님이 올 수도 있으니 A씨에게 문을 잠그라고 한 뒤, 더우니 반바지로 갈아 입어도 되겠냐고 묻고는 트렁크 팬티만 입은 채 앉았다. 

얼마 뒤 B씨는 고스톱을 쳐서 이긴 사람 소원을 들어주자고 제안하며, 내기에서 이긴 뒤 A씨에게 다리를 주무르라고 시켰다.

A씨가 종아리를 주물러주자, B씨는 자신의 오른쪽 다리를 A씨의 허벅지 위에 올리고, "더 위로, 다른 곳도 주물러라"고 요구했다.

1심 재판부는 B씨가 반성하는 기색이 부족하고, 사장과 직원이라는 관계를 고려했을 때 죄질이 좋지 않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강의 80시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과 대법원에서는 다른 결론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에서는 B씨가 자신의 다리를 피해자의 허벅지에 올리고 다른 곳도 만지라 한 사실은 모두 인정되지만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형법 298조에서 정한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다른 사람을 추행한 경우 처벌할 수 있는데 이 사건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폭행 또는 협박은 없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A씨가 '직장 상사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서, A씨가 B씨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또한 다리를 허벅지에 얹은 것만으로는 추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도 역시 사장인 B씨의 행위가 강제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강연재 전 한국여성변호사회 대변인은 “법원에서 강제추행은 물리적 강제성을 필수로 보고 있고 심리적 강제성을 잘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심리적 강제성도 물리적 강제성과 다를 바 없으므로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허벅지에 신체접촉을 한 부분도 여성으로서는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봐야 한다”며 “상대방의 동의 없이 하는 스킨십은 모두 추행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