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 28일 학계와 경영계, 노동계 등이 참여한 가운데 ‘임금체계 개편과 취업규칙 변경 공청회’를 열었지만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행사장을 점거해 공청회가 진행되지 못했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을 보장하는 제도로 오는 2016년부터 실시되는 정년 60세 법정화를 고려해 근로자가 정년을 앞둔 어느 시점부터 임금을 단계적으로 삭감하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들이 임금피크제로 아낀 재원을 이용하여 별도의 정원을 더 채용할 수 있어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최근 심각한 상황에 빠진 청년 실업율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청년 고용 절벽 해소를 위해 임금피크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으며, 28일 무산된 공청회 행사장을 나가면서도 "노동시장 개혁은 아버지와 아들, 딸이 함께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내년 정년 60세 시행을 앞두고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으면 고용불안 우려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9일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동계의 반발은 예상했지만 행사 진행을 못 할 정도일 줄은 몰랐다”면서도 “임금피크제를 포함한 취업규칙변경을 위한 지침마련 등 큰 방향성에는 변함이 없으며 의견 수렴을 위한 방법을 논의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사용자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상당한 협의 노력을 했으나, 노조가 대안 제시도 없이 논의 자체를 거부할 경우에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여기는 노조 동의 없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현실적으로 민간 기업 대부분이 정년을 다 채우지 못하는 실정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은 엄연히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이고, 이는 임금 삭감의 고통만 떠안게 된다고 주장하며 임금피크제 도입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는 것은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만 줄어들 뿐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근로자의 퇴직직전 3개월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퇴직급여가 감소해 근로자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용득 최고위원은 29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고용노동부가 임금피크제를 강제하겠다고 하면서 각 기업들은 그것을 악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강제하면서 신규채용이 늘어난다, 청년들의 일자리로 대체할 수 있다”라고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최고위원은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그 빈자리는 결코 100% 채워지지도 않고 빈자리는 용역이나 비정규직으로 대체”되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라면서 “기업들의 인건비 절감을 위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이용득 최고위원은 “임금피크제는 기업의 필요성과 기업상황, 형편에 맞춰 자율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기업과 부자만을 위한 정권이라는 것을 감추지 말고 민생소외 계층 해소를 위해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