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그가 남긴 금품수수 리스트

[한인협 = 정유경 기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남기고 간 일명 '성완종 리스트'의 후폭풍이 3주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거세다.

MB정부의 해외자원개발비리 사건조사를 위해 검찰이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하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을 소환하여 조사하던 과정 중 성 전회장이 지난 9일 영장실질검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성 전 회장은 목숨을 끊기 전 이른 오전, 한 언론매체와 전화를 통해 인터뷰를 하고 또 자신이 불법정치자금을 건넨 전·현직 정치 실세들의 이름을 적은 리스트를 남겼다.

이완구 국무총리, 김기춘,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이병기 현 청와대 비서실장과 홍준표 경남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등 8명의 이름이 적힌 이 리스트가 세상에 공개된 후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사람은 이완구 총리다.

지난 14일 이완구 총리는 성 전 회장의 죽음 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리스트에 관련된 질문을 받고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하며 호언장담 하였으나, 이후 15일 성 전회장이 음료 상자에 3,000만원을 넣어 전달한 바 있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나오면서 말바꾸기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지난 14일 이완구 총리의 거취 문제를 두고 긴급 최고회의를 개최했으나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이어 16일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긴급 회동을 가졌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중남미 순방을)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답변해 확정적인 대답은 유보했다.

리스트에 함께 거론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박근혜 정부의 실세로서 불법정치자금 사건에 연루된 8인 중 한 명으로 검찰 수사의 대상으로 여겨졌으나 지난 19일과 20일에 걸쳐 일본에 다녀왔고, 성완종 리스트의 수사를 담당하는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병기 비서실장과 이완구 총리가 계속해서 국정을 수행하는 등 연루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었다.

검찰수사의 대상이 되는 인물들이 해외를 자유롭게 다녀오고, 검찰수사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검찰 수사를 관할하고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부정비리에 연루된 현 실세 이완구 총리와 이병기 비서실장이 국정수행을 멈추고 성역없는 수사를 받을 수 있도록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해임 결단을 촉구하는 한편, 이 두 사람에게는 스스로 사퇴하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인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국정의 정상화와 검찰의 독립적인 수사를 위해 사퇴에 압박을 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결국 새정치민주연합당에서 이 총리의 해임건의안을 올리겠다고 발표한 20일, 이완구 총리는 국민여론과 여야의 압박에 못 이겨 스스로 사퇴를 표명하였다. 이로써 이완구 총리는 총리 취임 62일 만에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표를 달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반면 청와대 이병기 비서실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그런가하면 한 언론에서 성완종 리스트에 야당 의원의 이름이 있다면서 이니셜로 불특정 인사를 지목하는 일이 있었고, 이어서 지난 21일 여당소속 권성동 의원이 지난 2007년 대선 직전 이뤄진 참여정부 시절의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 사례를 예를 들며 성완종 리스트발 비판을 야당으로 돌리기 위한 불화살을 당겼다.

새누리당은 MB정부 시절에 법무부비서로 사면 업무를 담당한 경력이 있는 권성동 의원을 중심으로, 법무부에서 4차례나 반대한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을 사면 결제일 바로 전날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재가하여 사면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당시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은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한 MB인수위 측의 요청으로 성 전 회장이 사면 리스트에 올라간 것이었고, 이는 사면이 확정되기도 전에 인수위 명단에 올라간 성 전 회장의 이름으로 증명하려 하였다.

양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지만 양 쪽 모두 이를 확증하는 실질적인 문건이나 증거는 갖고 있지 않아 특검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 특검에 대해서도 이견이 갈렸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지난 23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MB정부의 해외자원개발비리에 대해서는 현재의 상설특검으로 하고, 성완종 리스트의 특검은 공정성이 담보되는 별도의 특검을 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이 별도특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으로는 제대로 된 수사를 담보할 수 없기에 야당히 제안하는 특검으로 수용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상설특검도 여야가 합의하여 만들어낸 특검제도인데 이것이 공정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인지 반문하며, 성완종 리스트 수사 역시 상설특검으로 진행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27일 새벽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완구 총리의 총리직 사임에 대해서 수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여야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